AI 워크샵을 진행했다. 세션 이후 프로덕트를 만들고 배포하신 분들의 제품소개, 후기를 공유하려한다. 첫 손님은 디자이너 '크루장'님.
4월에 시작해서 7월에 오픈한 사주 크루 서비스.
세 달 동안 크루장님이 만든 건 사주크루, 외국인에게 영어로 사주를 봐주는 서비스다. 크루장님은 원래 디자이너다. 패키지를 디자인하시고 주로 오프라인에서 손에 잡히는 아웃풋을 만드는일을 하신다. 온라인에서 제품을 만들고 배포를 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
그래서 인터뷰를 요청했고 온라인에서 한시간 반정도 제품을 만든 목적, 과정 그리고 제품 디테일까지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었고 구글 밋으로 다른 분들과 함께 한 시간 반쯤 이야기했다. 기획을 어떻게 잡았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이걸로 앞으로 뭘 해보고 싶은지를 이야기했다. 그 인터뷰를 글로 담아본다.
Q. 안녕하세요 '크루장'님 직업 관점의 소개 말고, 제품 만든 사람으로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이번에 만드신 사주크루라는 제품도 같이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평상시에 회사에서는 패키지처럼 피지컬한 게 있는 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바이브 코딩이 너무 핫해서, 저도 한번 뭔가를 만들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시작했습니다.
만든 건 사주크루라고, 영어 기반 사주 서비스예요.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습니다. 픽셀 아트 캐릭터가 열 개가 나오고, 생년월일을 넣으면 그중 하나가 나오는 구조예요.
Q. 어쩌다 사주를 만들게 되셨어요?
해외 유저가 한국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많잖아요. 그중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영어 기반 사주 서비스가 나왔어요. 그런데 외국인들은 사주를 잘 모르니까, 조금 더 접근하기 쉽고 재밌게 풀어보려고 하다가 캐릭터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그걸 크게 밀고 나갔어요.
Q. 해외 유저를 타겟으로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시게 된 경험, 이유가 궁금해요. 그리고 영어로 만들면 문장의 바이브가 맞는지 확인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런 서비스의 디테일은 어떻게 잡으시나요?
대학교를 미국에서 나왔어요. 언어나 문화를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까, 어떤 톤이나 말투 같은 걸 검수할 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문장 자체는 클로드가 뽑아줬는데, 굉장히 똑똑하더라고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요. 복잡하게 쓰지는 않았어요. 젊은 세대들이 잘 쓸 것 같은 표현으로 써 줘, 이런 식으로 요청하면 얘가 알아서 잘 해줬어요.
나도 US 마켓 기반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있는데, 텍스트가 많이 나오는 구조라 뉘앙스가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검수를 전혀 못 한다.
서비스의 아이디에이션은 '스포티파이 랩드'
여기서 크루장님이 워크샵 날 받았던 첫 결과물을 보여주셨다. 예쁜 그라디언트가 깔린 페이지였다. 코스타라는 별자리 앱이 미국에서 히트했는데 그 앱처럼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지금 사이트와는 완전히 다른 화면이었다.
Q. 첫 화면이랑 지금 사이트가 완전히 다른데,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중간에 다시 한번 생각을 했었어요. 젊은 사람들한테 어필을 하고 싶은 거다 보니까, 색이나 이런 것들을 조금 더 과감하게 써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Q. 캐릭터를 픽셀 아트로 하신 건 어디서 나온 생각이에요?
스타일의 영감을 받았던 게 스포티파이 랩드예요. 되게 복고풍이고 화려하잖아요. 그런 복고풍 이미지를 가져오려고 생각하다가,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면 그걸 나타낼 수 있을까 하다가 픽셀 아트 스타일 그래픽이 됐습니다.
제품 고민을 많이 들어드리다 보면 "그냥 이런 거 만들고 싶어요"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는다. 뭘 좋아하는지는 아는데 그게 정확히 뭐였는지는 말로 표현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크루장님은 스포티파이 랩드의 어느 지점이 좋았는지, 그게 복고라는 키워드인지, 그걸 캐릭터로 어떻게 옮길지까지 말할 수 있었다. AI가 아무리 잘해도 취향은 대신 가져다주지 않는다.
Q. 캐릭터는 어떻게 만드셨어요?
처음에 마음에 드는 캐릭터 하나를 미드저니로 만들고, 그다음에 이미지 모델 나노바나나로 열 개 세트를 따로 제작했어요. 새로운 걸 처음 생성할 때는 미드저니가 좀 나은 것 같더라고요. 상업적 사용을 위해 둘 다 유료 플랜을 썼고요. 프롬프트를 쓰고 마음에 드는 게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선별했고, 열 개 세트 구성도 정했습니다. 지금은 의도에 조금 더 맞게 리터칭하고 있습니다.
프롬프트를 대신 쓰게 한다
Q. 화면 만들 때는 이미지를 던지고 목업을 받는 식으로 하셨나요?
이번에는 조금 달랐어요.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의 인스퍼레이션 이미지들을 주고, 이런 스타일로 만들 수 있는 프롬프트를 써 줘, 이 스타일을 설명해 줘라고 했어요. 이미지를 바로 쓰지 않고요.
보통 이미지를 던지고 목업을 받은 다음에 프롬프트를 고친다. 이렇게 하면 걔가 이해한 걸 나랑 먼저 맞춘 다음에 목업을 보게 된다. 텍스트가 작업보다 토큰이 훨씬 적게 드니까, 더 디테일을 수정하기에 좋다.
Q. 만들면서 특히 도움됐던 프롬프트가 있을까요.
시작할 때 쓴 건 워크샵에서 소정 님이 알려주신 거예요.
설계서를 탄탄하게 만들고 시작할 거야. 내가 기획한 부분 외에, 내가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이나 못 했던 것들이 있으면 제안해 줘.
이렇게 하니까 기획 단계에서 챙겨야 할 것들을 먼저 짚어주더라고요. 디자인이 어느 정도 완성됐을 때는, 배포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 괜찮은지 보려고 AI 모델 Fable로 디자인 리뷰를 한 번 했어요. 세세한 것까지 짚어줘서 수정을 많이 했습니다.
마지막 하나는 레딧에서 찾았어요. UX 아키텍처, 정보 설계, 프론트엔드 디자인, 디지털 경험 컨설턴트 같은 전문가들의 집합적인 지식으로 제품을 리뷰하게 하는 프롬프트인데요. 법률적인 문제나 터치 포인트처럼 혼자 작업할 때는 잘 안 보이는 영역까지 나와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AI를 부르는 곳, 안 부르는 곳
사주크루의 결과 화면에는 두 종류의 정보가 섞여 있다. 생년월일을 넣으면 계산으로 바로 나오는 값이 있고, 사람마다 다르게 생성되는 텍스트가 있다. 앞의 건 AI를 부를 필요가 없고, 뒤의 건 부를 때마다 비용이 발생한다.
Q. 두 영역이 나뉘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신 거예요?
맞아요. 이 대화를 했던 게 기억나요. 최소한의 금액으로 운영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토큰값을 최소한으로 쓰면서 운영할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그렇게 세팅이 잡혔던 것 같아요.
이걸 모르고 시작하면 "퀄리티 만땅으로 하고 싶어" 했을 때 전부 다 AI를 호출해 버린다. 유저가 들어올수록 만든 사람 지갑이 열리는 구조가 된다. 몰라도 되는데, 물어볼 줄은 알아야 한다.
결제 앞에서 멈췄다
Q. 결제까지 연결해 놓으셨어요?
하고 싶었어요, 너무. 그런데 해외 결제 서비스를 쓰려다 보니까 제일 쉽게 쓸 수 있는 레몬스퀴지나 페이팔같은 데는 점성술을 안 받는 거예요.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냥 재밌는 프로젝트로 남길지, 아니면 다른 결제처를 찾아볼지 고민하는 단계예요.
PM 관점에서 드린 의견
이야기를 듣다가 직업병이 나왔다. (PM으로 일하다 보니 자꾸 이런 말을 하게 되는데, 솔직히 내 것도 잘 못 하고 있다. 남에게 얘기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다.)
제일 하고 싶었던 얘기는 이벤트 로그였다. 내보냈으면 그다음부터는 유저가 뭘 하는지 봐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 행동이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어렵지 않다. 클로드에게 "나 이런 걸 확인하고 싶어, 이걸 볼 수 있는 이벤트 로그를 다 심어 줘"라고 말하면 된다.
그리고 배포 도구가 기본으로 주는 대시보드 말고, 본인이 보려고 만든 화면을 하나 더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정한 기준으로 내 숫자를 보는 화면이다. 이게 있으면 뭘 고쳤을 때 유저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할 수 있고, 그때부터 다음 결정이 감이 아니라 근거로 바뀐다.
기능을 좀 줄여보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드렸다. 볼 게 많아서 좋은데, 이 서비스를 한줄로 표현하기에 고민이 되는 지점이 있었다. 친구를 초대하면 콘텐츠가 하나 열린다든지, 광고를 보면 하나 열린다든지. 이렇게 프로덕트 바이럴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이 정도다. 나머지는 크루장님이 훨씬 오래 고민한 제품이다.
Q. 만들어 보니까 어떠셨어요?
재밌었어요. 사실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끝까지 가보니까 그때 멈췄으면 몰랐을 것들을 많이 배웠고, 제가 만든 걸 사람들이 바로 쓸 수 있다는 게 평소 하는 일이랑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어요. 이번에 배운 걸 가지고 다음 것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이 귀여운 캐릭터들을 많은 사람들이 봐주고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요.
워크샵에서 내가 알려드린 건 몇 가지뿐이었다. 그걸 들고 가서 세 달을 붙잡고, 결국 배포까지 하신 건 크루장님이다. 누군가에게 뭘 알려줬는데 그 사람이 결국 해냈다. 나는 이게 진짜 좋고 뿌듯하다. 내가 쓴 시간에 의미가 생기니까. 이 연재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제품도 또 소개하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사주 크루는 여기에서 사용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thesajucre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