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에서 말을 걸면 시작된다
커리어 에이전트를 만들었다.
이번 버전은 에이전트를 카카오톡에 연결했다. 새로 앱을 깔거나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늘 쓰던 메신저에서 말을 걸면 바로 시작된다. 접근성을 최대한 낮추고 싶었다.
대화를 하면 에이전트가 그 사람의 이력과 방향성을 읽고 공고를 추천해준다. 조건에 맞는 공고를 필터로 걸러주는 게 아니라, 정성적인 맥락까지 판단해서 준다. 내가 커리어 상담에서 직접 하던 방식을 그대로 옮긴 것에 가깝다.
서비스는 여기에서 써볼 수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이 진짜 유저다
기본적인 기능, 그러니까 MVP를 만들고 나서는 주변 친구들에게 사용을 권했다.
내 주변에는 커리어를 열심히 하려는 사람이 유독 많다. 이 서비스의 타겟 유저가 원래 그런 사람들이다. 즉 내 주변 사람들이 진짜 유저다.
초기에는 정말 중요한 기능만 검증하고 PMF를 찾아야 하는데, 그 검증을 가장 정확하게 해줄 사람들이 이미 옆에 있었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제품을 봐줬다
이 사람들은 대부분 IT 업계에 있다. PM이 많고, 디자이너와 개발자도 있다. 프로덕트를 직접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유저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는지, 유저에게 가치를 어떤 식으로 전달하는지, 서비스가 어떤 지표를 봐야 하는지를 이미 아는 사람들이 내 제품을 봐준 것이다. 피드백이 굉장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내가 예전에 도움을 드렸던 분들께 특히 많이 요청을 드렸다. 그래서인지 다들 정말 애정 있게 봐주셨다. 그리고 그 말들이 하나같이 타당했다.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그냥 내가 만든 제품이야, 라는 감각도 있다. 그런데 이건 나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작업물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나를 어필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치부를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창피하기 싫어서 진짜 열심히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인들이라 서비스 적으로 무언가 안 되는 게 발견되면 일단 너무 미안하다. 그러면 그 건의 시급도가 순식간에 올라간다. 누웠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고치게 된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나를 애정해주기 때문에 냉철하게 말해준다. 그게 너무 고맙다. 고마운데, 그래서 더 쓰라리다. 유저를 숫자로만 만나던 때에도 잘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았다. 그런데 그때의 잘하고 싶음과 지금의 잘하고 싶음은 결이 다르다. 지금은 다음 주에 만날 사람이 이 화면을 본다.
목소리가 겹치는 지점
그런데 피드백을 모아놓고 보니 더 중요한 게 보였다. 여러 사람의 말이 일관되게 겹치는 지점들이 있었다.
한 사람의 취향이면 흘려도 되지만,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같은 곳을 짚으면 그건 신호다. 그 겹치는 지점들이 두 가지를 알려줬다. 하나는 내가 주고자 했던 가치가 유저에게 제대로 닿았는지다. 다른 하나는 앞으로 어떤 기능을, 어느 정도 수준의 경험으로 설계해야 하는지다. 혼자 만들 때 가장 답답한 게 이 두 가지인데, 그 감을 여기서 잡았다.
첫 진입은 관계, 지속은 진짜 유저의 시그널
다만 여기서 헷갈리면 안 되는 게 있다. 지인이 유저면 지표가 좋아 보이기 쉽다. 나 때문에 한 번 켜보는 사람과 필요해서 계속 켜는 사람이 섞여 있으면, 초반 숫자를 깨끗하게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첫 진입과 지속 사용을 나눠서 봤다.
첫 진입은 나 때문이 맞다. 거기까지는 내가 만든 게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인데, 일주일 넘게 반복해서 쓰는 유저가 나타나고 있고 그 비율이 놀라울 정도로 높다. 하루에 한 번도 아니고 그보다 더 자주 들어온다. 현재 유저는 100명을 넘었고 실제로 레퍼럴이 되어 서비스에 진입하는 유저들도 발견된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건 피드백의 내용이었다. 유저들이 말하는 좋았던 지점이, 내가 설계 단계에서 의도했던 경험 가치와 그대로 겹친다. 단순한 관계로 켰지만, 실제로 유저 세그먼트와 닿는 유저들이었고 전달하고 싶었던 가치, 감각을 유저들이 느껴주었다.
그래서 일주일을 미쳐 있었다
이 감각에 미쳐서, 지난 일주일은 잠자는 시간 빼고 전부 이 프로젝트에 붙어 있었다. 마침 휴가같은 일주일을 보내게 되어서, 그냥 이것만 했다. 기능 개선하고 개발하고, 또 개선하고. 과정에서 오히려 스트레스 해소가되었다. 진짜 연구해보고 싶었던것을 하게되니 앉아있는 시간은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즐거웠다.
유저들이 원하는 걸 빨리 다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불특정 다수의 목소리를 큰 숫자로 듣는 일에도 물론 그 나름의 무게가 있다. 내 지인이 쓰고 내 주변 사람들이 쓰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감각은 또 다른 종류의 즐거움이었다. 내 친구들을 내가 만족시킨다는 만족감. 그게 생각보다 훨씬 컸다.
그래서 다시 한번 깨닫는다.
나는 제품 만드는 걸 너무 좋아한다.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랑한다. 제품을 파고들고, 특정 도메인을 공부하고, 이번에는 구조 설계를 어떻게 할지 며칠씩 붙들고 고민하는 그 과정이 나한테는 너무 매력적이다. 몰랐던 세상을 들어가보고 사람들의 논리를 이해해보고 원리를 깨닫는 순간은 답답한 순간도 찾아오지만 즐거운 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아, 이래서 내가 만드는 걸 즐거워했구나. 이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였구나.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