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냐 · 주간 콘텐츠

채용공고를 읽으면 꿈이 또렷해진다

셩PM · 2026-07-16
앤트로픽 공고를 봤다. 그리고 다시 꿈을 꿔본다.

우연히 만난 꿈

요즘 채용공고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사이드 프로젝트로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채용공고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고 어느새 나도 그 서비스의 유저가 되어 공고를 하나씩 눌러보고 있었다. 유저분 중에서 글로벌 기업에 취업하고 싶은 분이 계셔서 글로벌 기업 공고까지 흘러갔다. 큰 결심 같은 건 없었다.


오랜만에 꿈에 대한 설렘을 느꼈다.

그러다 한 공고를 열었다. AI가 사람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정의하는 일이었다. 정답이 측정되지 않는 일에 기준을 잡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no clear right answer.

내가 1년 가까이 붙들고 공부해온 질문이었다. 사람의 가장 사적인 감정에 AI가 어디까지 들어가도 되는가. 없는 답에서 판단기준을 찾고 유저의 경험을 설계하고 있는 문제.


나는 결혼했고, 아이가 있다. 언젠가부터 꿈을 잊고 지냈다. 대신 목적이 강해졌다. 돈을 벌고 싶었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더. 얼마를 벌 수 있는지,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를 따졌다.

크게 도전하기보다 지금 가진 것 안에서 이룰 수 있는 걸 구체적으로 그렸다. 시도하기 전에 따질 게 많아졌으니까. 시간도, 공간도.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접어둔 일이었다. 그런데 그 공고 앞에서,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


막연한 꿈, 구체적인 JD

미국, 그리고 글로벌 대기업. IT기업을 다니면 한번쯤 상상해볼 수 있는 꿈. 딱 그 정도였다. 처음 IT업계에서 일하면서 어쩌면 그 전부터 외국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당시 구글이라는 회사는 꿈의 회사로 PR이 전세계적으로 되고 있던 때였고 나또한 그런 꿈을 꾸며 IT씬에 발을 들였다. 그렇다고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 정확히는 뭘 먼저 해야하는지를 몰랐다.


JD는 그 막연함을 머릿속에 구체적인 이미지로 만들어준다. 이 일을 하려면 무엇을 할 줄 알아야 하는지, 어떤 경험이 필요한지,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가 항목으로 적혀 있다. 이전과 다른 내 모습으로 이 꿈은 현실로 다가왔다. 어릴땐 없던 경험들과 부족하지만 열심히 쌓아가고 있는 실력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것들을 정의내리는 훈련들이 채용공고를 보자마자 어 나 이거 해볼 수 있겠는데? 진짜 해보고 싶은데? 라고 다가오며 막연한 꿈이 아닌 구체적인 계획들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러며 내가 잊었던 꿈 그리고 원하는 더 큰 형상이 또렷이 다가온다.


목표를 먼저 세우고 공고를 찾은 게 아니다.
공고를 읽으니 내가 뭘 원했는지가 뒤늦게 또렷해졌다.


나를 맞춰보다

나를 그 JD에 찬찬히 맞춰보기 시작했다. 한 줄씩 짚으며 나를 매칭했다.

어떤 줄은 이미 내가 해온 일이었다. 어떤 줄은 아직 아니었다. 더 큰 규모, 더 오래 쌓인 이력. 분명히 모자란 데가 있었다. 그런데 그 모자람조차 막연하지 않았다.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가 항목으로 보였다. 채워야 할 것이 명확해지고 있다.


꿈이 구체적이 되니 가는 길도 구체적으로 보였다. 그러자 오늘 뭘 해야 하는지가 판단이 됐다.


서울에도 있는 기회들

또 하나 알게 된 것. 내가 동경하던 글로벌 대기업 중에 서울 오피스를 둔 곳이 생각보다 많았다. 미국은 멀고, 지원을 하고 진행하는게 굉장히 무겁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회사들의 오피스가 서울에 꽤나 많이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아서 몰랐던 것들이다.


열어보는 일

공고를 열어본다고 잃는 건 없다. 지원한 것도, 결심한 것도 아니다. 그냥 읽었을 뿐이다. 그런데 읽기 전과 후가 달라졌다. 못할 거라고 먼저 정하지 않기로 했다. 무리인지 아닌지는 알아본 다음에 정해도 늦지 않다. 못하면 뭐 어떤가 그걸 상상하고 그려보고 노력해본 사람은 빠르게 포기하고 안하는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다.

알아보는 건 공짜다. 오늘 하나 열어봤을 뿐인데, 오늘의 하루의 밀도가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