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냐 · 주간 콘텐츠

PM이 집을 구하며 본 부동산 도메인

셩PM · 2026-07-13
집값 앞에서 무너졌던 PM이, 부동산을 직접 겪고 알게 된 것

열심히 살면 집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나는 부동산에 관심이 없었다. 재테크도 모른다. 그냥 열심히 일했다. 사고 싶은 걸 참으며 돈을 모았다. 그렇게 모은 현금을 들고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일 년 동안 모은 돈보다 집값이 두세 배씩 뛰고 있었다. 전세는 비쌌고 월세는 감당이 안 됐다. 열심히가 인생의 답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절망적이였다.


그런데 나는 돈이 제일 큰 문제인 유저가 아니다. 재택을 하니 집이 곧 일터고, 아이도 있다. 하루의 대부분이 이 안에서 벌어진다. 그러니까 나한테 집은 제일 싼 걸 찾는 문제가 아니었다. 돈을 좀 더 쓰더라도 정확하게, 나한테 맞는 곳에 살고 싶었다. 근데 그걸 알아보는 데 쓸 시간이 없었다.


탐색은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집을 알아보면서 의외였던 게 있다. 플랫폼의 신뢰도를 꽤나 가져갈 수 있었다. 내 경험에서는 허위매물이 없었다. 연락하면 거의 다 실제로 볼 수 있었다. 그 집 나갔어요, 그런 매물 없어요, 하는 경우를 한 번도 겪지 않았다. 중개사들도 귀찮아하지 않았다. 메신저로 연락하면 빠르게, 오히려 호의적으로 답이 왔다. 매물을 찾고, 진짜인지 확인하고, 중개사와 연결되는 것. 여기까지는 누군가 이미 오랫동안 변화시켰다. 감사한 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그 다음 문제가 보인다. 진짜 귀찮은 건 다른 데 있었다.


여러 명의 중개사와 동시에 연락해야 했다. 한 명에게 조건을 말한다. 애 옵션은 필요 없고, 가전은 있으면 좋고, 강아지가 있어서 이건 집주인과 협의가 될 수도 있고. 그다음 사람에게 또 처음부터 말한다. 그다음 사람에게 또. 매번 온보딩을 다시 했다. N번.


연락 수단도 제각각이었다. 누구는 카톡, 누구는 문자, 누구는 전화. 언제 약속을 잡았는지, 어떤 집을 뭐라고 했는지, 어디에도 모이지 않았다. 내 조건도, 내 대화도, 내 스케줄도 사람마다 잡아야 했다. 너무 귀찮은 것.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집주인도 업자 한 명 한 명한테 조건을 다시 말하고, 확인하고자 하는 조건을 물어보더라.


이거 그냥 하나로 모으면 되는 거 아닌가..?

내 조건을 한 번만 적재한다. 여러 중개사가 그걸 조회한다. 대화도 한 곳에 모으고, 약속도 한 곳에서 관리한다. 매물은 어차피 넘쳐나니까, 그 위에 얹는 비서 하나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직업병)


내가 원한 건 두 가지였다

하나, 조건을 한 번만 말하는 것. 중개사가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지 않는 것.

둘, 중개사 퀄리티가 높은 것.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상관없다. 그냥 일 잘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런데 하나는 쉽고, 하나는 어려웠다

첫 번째는 사실 쉬운 문제였다. 조건도, 대화도, 재직증명서 같은 것도, 다 적어두면 그만이다. 매물조차 이미 여러 중개사에게 물려 어딘가 모여 있다. 적을 수 있는 건 다 모을 수 있다. 반복될 이유가 없는데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어려운 건 두 번째였다. 같은 집이어도, 어떤 중개사와는 협의가 되고 어떤 중개사와는 안 됐다. 그 차이를 만든 건 데이터가 아니었다. 중개사와 집주인 사이에 있던 무언가였다. 그건 어디에도 올라와 있지 않았고, 앞으로도 안 올라올 것이다. 올라오지 않는 게 그 중개사의 값이니까. 데이터가 될 수 있었다면, 그 중개사는 이미 필요 없었을 것이다. 내가 돈을 내서라도 얻고 싶은 정확함도 여기 걸쳐 있었다. 조건이 맞는지는 적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집이 진짜 괜찮은지는, 결국 사람이 봐줘야 아는 거였다.


내 조건, 내 서류, 내 대화, 내 스케줄. 적을 수 있는 건 한 번만 적어두면 그만이다. 중개사가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할 이유가 없다. 이런건 시스템으로 해결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협상도, 판단도, 이 집이 정말 괜찮은지 봐주는 것은 사람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물론 시스템으로 상향 평준화 시킬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아직 더 나아갈 방향이 있다

집을 알아보기 전에는, 이미 성숙기에 있는 시장, 어떤 문제를 더 풀어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 겪고 나니,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고 느껴졌다. 반복될 이유가 없는 것들이 양쪽에서 매번 반복되고, 사람이 해야 할 일과 소프트웨어가 대신할 일이 아직 뒤섞여 있는 자리.


물론 내 경험이 모두의 경험은 아니다. 대중적인 시장을 대표할 수 있는 유저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돈보다 시간을 아끼고 싶은, 하나의 세그먼트이다. 그래도 이렇게 성숙한 시장에도 아직 더 나아갈 방향이 있다고, PM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유저로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