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냐 · 주간 콘텐츠

AI 시대,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셩PM · 2026-07-09
오늘까지의 AI생각 총정리

전 직장 동료들과 격주로 토론을 하기로 했다. 첫 주제는 AI 시대,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 사람들이 나한테 소중하다. 그래서 좋은 대화를 하고 싶어서 생각을 미리 정리해 봤다. AI에 관심 많고 잘 아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어서, 평소에도 이런 얘기를 참 많이 했다. 무엇이 대체될까. 반대로 AI가 못 넘어서는 건 뭘까.


지금 내 생각을 정리해보니 결국 두 갈래였다. AI를 잘 쓰는 능력과, AI가 못 채우는 자산. 하나는 AI에 올라타는 거고, 하나는 AI가 건너뛸 수 없는 시간을 버는 거다. 그리고 둘 다 있어야 한다고 봤다.



1. AI를 잘 쓰는 능력

도구 지식보다 태도다.

물론 기본은 알아야 한다. 프롬프트가 뭔지, 컨텍스트가 뭔지. 이런 기본 개념은 있어야 한다. 근데 이건 특정 도구 사용법이랑 다르다. 기본 작동 원리를 알아야 새로운 게 나왔을 때 두렵지 않고 그게 뭔지 바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 그 위에 두 가지 태도가 있다.

확장력

같은 AI를 쥐여줘도, 어떤 사람은 A부터 B까지의 불편함을 해소한다. 어떤 사람은 A부터 Z까지를 통째로 해결해버린다. 이 차이는 상상력의 범위에서 온다.


AI는 상상하는 만큼 써준다. 결국 내가 어디까지 그려낼 수 있느냐가 결과물의 크기를 정한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일을 해결하기 위하거나 어떤 작업을 하기 전에 머릿속에 흩어져 있는 걸 일단 다 꺼내서 나열한다. 이걸 왜 하는지 이걸 통해 내가 어떤걸 얻고 싶은지 내가 평소에 하던 이 일을 하던 과정은 어땠는지 내 생각 중 어디가 비어있는지 등.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던 판단, 기준, 예외 케이스들. 이걸 다 꺼내서 나열하고 그걸 구조화하는 게 먼저다.


지구력

초안을 만드는 비용이 거의 0에 가까워진 시대다. 그럼 차별화는 어디서 갈릴까. 조금만 깊게 AI로 무언가를 해본 사람은 안다. 내가 생각한게 아닌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거 그리고 어느순간 내가 만든것들이 꼬여서 알 수 없는 결과가 계속 나오는 상황 등. 그 상황을 다 이겨내고 그리고 그 과정을 다 이겨내서 결국 해냈는가?라고 하는 종착지에 와야한다. 그건 다 필요없다. 엉덩이를 붙이고 안되면 될때까지 문제를 파해치고 계속 밤새서 하는거. 그거밖에 없다.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AI 세상에서, 남의 레퍼런스와 실습만큼 도움이 되는 게 없다. 혼자 머릿속을 짜내는 것보다, 남이 어디까지 어떻게 했는지 보는 게 내 상상의 범위를 훨씬 빨리 넓힌다. 영감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나는 사람들은 AI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어디까지 활용하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썼는가 등을 보려고 많이 노력한다.


지구력도 그렇다. 끝까지 해내는 건 의지도 엉덩이 힘도 필요한데, 함께 하며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라는 시선 하나로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을 완료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다. AI는 결국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함께 배우고 내가 무엇을 했는지 나누는 모임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2. AI가 못 채우는 자산

AI는 생산을 빠르게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생산을 통한 부수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결국 AI가 가장 잘하는 것은 현재로선 생산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만드는 역할을 대신해서 사람들에게 도구를 쥐어줬다. 근데 단순한 온라인 도구로 할 수 없는 것을이 있다. 예를들면 오프라인의 유통망 등 실제로 사람들이 움직여서 만들어낸 것을이 있다. 또 시간의 축적, 네트워킹, 정서적 교감 등 다양한 자산들이 우리에겐 남아있다. 그중 대표적으로 내가 실천하고 있는 두가지를 이야기해본다.



네트워크

AI 시대에도 안 망가질 서비스를 떠올려보면 나는 블라인드가 먼저 생각난다. 블라인드가 안 망가지는 건 정보 때문이 아니다. 이미 사람들이 거기 자리를 잡고 있어서다. AI가 아무리 좋은 익명 커뮤니티를 순식간에 만들어도, 거기엔 사람이 없다. 이건 온라인 너머의 자산이다. 나도 어쩌다 카톡방을 운영하게 되었다 100명 남짓한 IT업계 사람들을 위한 카톡방. 이게 AI로 쉽게 넘을 수 없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딩

AI는 콘텐츠를 대신 써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한테 느끼는 감정까지 대신 만들어주진 못한다. 브랜딩은 로고나 문구가 아니다. 오래 보다 보니 정이 들고, 익숙해지고, 그래서 마음에 자리 잡는 것. 그건 잘 만든 콘텐츠 하나로 생기지 않는다. 시간이 쌓여야 생긴다.

브런치에 글을 계속 썼고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설명해주는 브랜딩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게 AI너머의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나는,

회사에서 사람들한테 AI를 알려주는 일을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이것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알려주다 보면 내가 아는 걸 다시 정리하게 되고, 어떻게 더 잘 설명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그 사람들이 내가 생각 못 한 방식으로 쓰는 걸 보면, 이렇게도 되는구나 또 배운다. 알려주는 사람으로 계속 잘하고 싶어서, 나도 멈추질 못하고 공부한다.


이 격주 토론도 내가 시작한 게 아니라 제안받았다. 발표하려고 정리하는데, 정리하다 보니 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었는지, 어떤 경험이 나를 지금 이 생각으로 데려왔는지가 그제야 보였다.

카톡방도, 브런치도, 이 토론도. 돌아보면 뭘 쌓겠다고 시작한 건 하나도 없었다. 그냥 하다 보니 남은 것들이다.


결국 준비할 수 있는 건 필요한건 태도 그리고 구조. 나머지는 그냥 오늘 하루를 불안해하지 않고 담담히 앞으로 나아가는것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