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한 사람이 새 회사에서 빠르게 자리 잡지 못하는 경우를 최근에 자주 본다. 한둘이 아니다. 시니어도 있고 주니어도 있다. 나도 겪었다.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이런 말을 듣는다.
이 회사, 나랑 안 맞아
수습 통과 못 할 것 같대
분명히 해두고 싶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여러 회사가 데려가고 싶어 했던 사람들이다. 설득 끝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옮긴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판단은 벌써 시작된다. 이 사람이 여기 맞는 사람인가.
나는 이게 계속 이상했다.
3개월이라는 숫자
우리 근로기준법에는 수습 기간을 며칠로 두라는 규정이 따로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회사가 수습을 3개월로 잡는다. 왜 하필 3개월일까.
두 가지가 3개월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나. 근로기준법 제26조는 계속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인 사람을 해고예고 대상에서 제외한다. 30일 전에 알릴 의무도, 30일치 예고수당을 줄 의무도 없다. 둘. 최저임금법에 따라 수습 3개월까지는 최저임금의 10%를 깎을 수 있다.즉 3개월을 넘기기 전에 정리하는 편이 회사 입장에서 부담이 적다.
그런데 회사는 이 3개월을 다 쓰지 않는다. 수습이 끝나 정식 직원이 되면, 그때부터는 내보내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더 엄격한 사유와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니 회사는 그 전에 결론을 내려 한다. 정리하려면 준비할 시간도 필요하니, 결정은 더 앞으로 당겨진다. 그래서 실제 판단은 3개월이 아니라 앞쪽 몇 주 안에 이뤄진다. 남은 기간은 이미 내린 결론을 확인하는 데 쓴다.
그리고 회사는 실제로 이 기간에 사람을 내보낸다. 사람인이 기업 385곳에 물었더니, 경력직에게도 수습을 적용한 회사의 42.7%가 수습을 통과하지 못한 경력직이 있다고 답했다(2020년 조사). 경력직조차 절반 가까운 회사에서 걸러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 시간에 판단이 되는가
문제는 이거다. 그 몇 주가 사람을 판단하기에 충분하냐는 것. 신규 입사자가 기존 직원만큼 제 몫을 하기까지, SHRM을 비롯한 여러 HR 조사는 평균 8개월 안팎을 본다. 역할별로도 다르다. 단순한 업무라도 1~3개월, 중간 난이도는 3~6개월, 시니어나 복잡한 직무는 6개월에서 1년까지 본다. 제 몫을 하는 데 몇 달이 걸리는 사람을, 회사는 3주에서 6주 만에 판정한다.
흔히 인용되는 수치로는, 신규 입사자가 첫 달에 내는 성과가 제 실력의 25% 정도다. 두 달째 50%, 석 달째 75%. 느린 게 아니라 원래 그렇다. 그런데 많은 회사는 첫 달, 이 25%짜리 구간을 보고 판단을 끝낸다. 가장 낮게 나오도록 되어 있는 구간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다.
게다가 새로 온 사람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일과, 지켜보는 눈앞에서 성과를 내는 일. 전에 통하던 방식이 여기선 안 통해 다시 배우는 중인데, 그 위에 매일 증명의 압박이 얹힌다. 그 압박은 실력을 끌어내기보다 오히려 누른다.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진 회사일수록 이 시간은 더 걸린다. 첫 1~2주는 계정 받고 문서 읽고 사람 익히는 데 지나간다. 그다음 2~3주는 내가 뭘 맡는 건지, 이 조직이 뭘 원하는지 파악하는 데 쓴다. 맡은 범위가 넓을수록 무엇을 먼저 할지 같이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이 제 실력을 보여줄 조건이 갖춰지기도 전에, 평가가 끝나 있다.
법은 회사에 어느 정도 재량을 준다. 수습 중의 본채용 거부도 법적으로는 해고지만, 일반 해고보다 그 사유가 넓게 인정된다. 그래도 한계는 있다. 평가가 객관적이지 않거나, 개선을 촉구할 기회 한 번 없이 몇 주 만에 정리한 경우는 부당하다고 본 판정들이 있다. 실제로 입사 3주 만에 본채용을 거부한 사례에서, 개선을 촉구하거나 재교육할 시간이 필요했다며 부당하다고 본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있다.
회사도 이유가 있다
그래도 회사 입장을 들어본다. 회사가 아무 근거 없이 이러는 건 아니다.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이거다. 안 맞는 사람을 오래 두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빨리 정리하는 게 남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경력직은 더 그렇다. 가르칠 사람이 아니라 바로 기여할 사람으로 뽑았으니, 초반 몇 주면 감이 온다는 것이다. 빨리 판단하는 게 서로 시간 낭비를 줄여 후보자에게도 낫다는 말도 한다. 안 맞는데 오래 끌면 그 사람 커리어에도 손해라고.
잘못된 채용 한 번의 비용도 실제로 크다. 특히 시니어를 외부에서 영입했다가 실패하는 비율이 낮지 않다. 데여본 회사일수록 초반에 점점 민감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작은 팀은 한 사람이 안 맞을 때 감당할 여유 자체가 없다.
여기까지는 나도 이해한다. 정말 안 맞는 경우도 있고, 모든 조기 판단이 틀린 것도 아니다.
그 판단도 비용이다
회사는 이 사람을 데려오려고 이미 많이 썼다. 공고, 여러 라운드의 면접, 처우 조율, 입사까지의 대기. 한 명 뽑는 직접비만 평균 수백만 원, 전문직이나 임원은 그 몇 배다. 숨은 비용까지 넣으면 한 자리를 채우는 데 연봉의 3~4배가 든다는 추정도 있다(SHRM).
그렇게 데려와서 몇 주 만에 내보내면, 그 돈과 그 시간이 한 번에 사라진다. 그리고 같은 자리를 다시 뽑는다. 다시 공고, 다시 면접, 다시 몇 달. 교체 비용은 연봉의 1~3배로 추산된다(하버드비즈니스리뷰). 가장 비싼 채용은 두 번 하는 채용이다.
그런데도 왜 빨리 자를까. 채용에 쓴 돈은 이미 지난 분기에 나갔기 때문이다. 3주 차에 판단하는 사람 눈에는 그 매몰비용이 안 보인다. 보이는 건 앞으로 나갈 이 사람의 월급과, 안 풀렸을 때 자기 책임뿐이다. 그래서 손절이 비용을 아끼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는 더 큰 비용을 앞당기는 것인데.
그런데 조건을 먼저 만들었나
비용을 떠나, 하나 더 되묻고 싶다.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이 제 몫을 할 조건을 먼저 만들었느냐는 것.
자기 회사가 온보딩을 잘한다고 자신 있게 답한 직원은 12%에 그친다(갤럽). 조기 퇴사한 사람들이 꼽은 이유의 상당수도 체계 없는 교육과 "생각했던 업무와 다름"이었다(잡코리아·인크루트).
정리하면 이렇다. 회사는 산출물이 나올 조건을 만들기 전에, 산출물로 사람을 판단한다. 방향을 같이 맞춰준 적 없이, 방향을 못 잡는다고 평가한다.
이건 능력을 보는 게 아니다. 운을 보는 것에 가깝다. 좋은 매니저, 명확한 첫 과제, 물어볼 수 있는 사람. 이게 우연히 갖춰진 사람은 빨리 안착한다. 아닌 사람은 실력과 무관하게 늦어진다.
그리고 하나 더 묻고 싶다. 지금 그 자리에서 잘하고 있는 사람들은, 같은 조건이라면 통과할 수 있을까. 낯선 조직에 던져져서, 맥락도 모르는 채로, 매주 지켜보는 눈앞에서, 몇 주 안에 자신을 증명하라고 하면. 적응은 누구에게나 시간이 걸린다. 판단하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의 평가는 이미 적응을 끝낸 사람의 기준으로, 이제 막 도착한 사람을 재는 것이다.
설득에 쓴 시간과 판단에 쓴 시간
좋은 사람을 데려올 때 회사는 공을 들인다. 면접을 여러 번 보고, 처우를 조율하고,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설득한다. 좋은 인재일수록 더 그렇다.
이직은 개인에게 큰 리스크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익숙한 걸 다 버리고 넘어오는 결정이다. 그 리스크를 감수하게 만든 게 회사의 설득이다. 그런데 막상 넘어오면, 증명할 시간은 몇 주만 준다.
언젠가 한 회사의 대표가 나에게 직접 이렇게 말했다. "수습기간이 지나면 거취를 결정하기가 어려워져요. 한국 노동법이 그래요. 그래서 빨리 판단하려는 거예요."
직설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이 무례하다고 느꼈다. 데려오는 데는 몇 달을 쓰면서, 내보내기 어려워지기 전에 결론을 내겠다는 말이었다. 그 말 속에서 나는 동료가 아니라, 기한 안에 판정해야 할 대상이었다.
이건 개인에게 엄청난 리스크다. 안정된 자리를 버리고 온 사람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기한 안에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매일 평가받고 있다는 걸 아는 채로 일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클 수밖에 없다.
어디를 고쳐야 할까
서로 손해인 게 이렇게 분명하다 회사도 온전하지 않다. 누군가 들어왔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나가는 걸 지켜본 사람들은, 다음이 자기 차례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를 다시 채우는 동안 남은 사람들의 일이 멈추고 일이 다시 늘어난다. 회사가 팀을 지키려 빨리 잘랐다면, 정작 팀을 흔드는 건 그 잦은 교체다.
도대체 이 과정의 어디를 고치면 이런 일이 덜 생길까.
정답은 모르겠다. 다만 이 글에서 짚은 지점들이 그대로 고쳐야 할 자리처럼 보인다.
채용에서 이 일이 실제로 어떤 일인지 솔직하게 맞춰보는 것.
들어온 뒤에 방향을 같이 잡아주는 것.
판단을 첫 달의 성과가 아니라 그 뒤의 모습에 두는 것.
지금은 순서가 뒤집혀 있다. 검증을 뒤로 미뤄두고, 데려온 다음에 몇 주 안에 몰아서 판단한다. 사람은 커리어를 걸고 넘어오는데, 회사는 그 시간을 잠깐 맞춰보는 시험처럼 다룬다. 커리어를 그렇게 짧은 시험으로 정할 수는 없다. 회사에도 리스크라는 걸 안다. 그래서 더더욱, 그 부담을 맨 끝에 몰아 개인에게 지우기보다 앞에서 같이 줄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회사에게도 개인에게도
묻고 싶다
물론 모두를 안고 가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정말 안 맞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정리한다. 판단은 회사의 권리다. 하지만 판단할 조건을 만드는 건 회사의 책임이다. 조건을 만들지 않고 내린 빠른 판단은, 사람을 본 게 아니다.
내 주변에는 정말 훌륭한 사람들이 회사를 옮겼다. 나는 그들을 두고 랜딩에 실패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문제는 그들이 아니라, 그들을 제대로 봐주지 못하는 시선이다. 상황이고 빠른 판단을 하고자하는 압박감일지도 모른다.
나는 좋은 커리어가 가능한 세상을 바란다. 사람을 제대로 보는 고용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한다.
이 글은 답이 아니라 질문에 가깝다. 회사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반박해도 좋다. 당신의 이직은, 당신의 회사는 어땠는지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