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냐 · 주간 콘텐츠

PM의 서비스 분석 : Jack & Jill 마케팅 편

셩PM · 2026-07-03
각자 판매 채널을 가지고 있는 팀원들의 임팩트

나는 제품을 볼 때 만드는 것만 보지 않는다. 어떻게 파는지, 어떻게 사람들이 쓰게 만드는지까지 습관적으로 본다. 만드는 걸로 끝이 아니니까. 팔고, 사람들이 실제로 써야 그때 효용이 생긴다. 그 습관으로 Jack & Jill을 조금 더 들여다봤다. 그러다 마케팅에서 너무 재밌는 인사이트를 얻어서, 꼭 기록해두고 싶어졌다.


앞선 글에서 이 서비스를 분석했다. AI 채용 서비스, 창업 1년 남짓에 27만 명이 넘는 지원자가 대화한 곳. 그때 제품과 창업자를 봤다. 이번엔 이 질문 하나를 판다. 어떻게 이만큼 알려졌을까?


답을 찾으려 팀을 봤더니, 팀이 답이었다

"마케팅 어떻게 하지?"를 알아보려고 팀부터 뜯어봤다. 그런데 팀 구성 자체가 이미 답이었다.

이 회사는 소수 정예인데, 그 소수가 거의 다 전 창업자다. 회사도 10명이 넘는 전 창업자로 이루어진 팀이라고 말한다.


전 창업자 열몇 명이 각자 자기 이름으로 제품을 소개한다. 누구는 구직 가이드를 써서 수백 명의 신청을 받고, 누구는 자기네 데이터로 업계 글을 내고, 누구는 여성 70명을 모아 세션을 열고, 누구는 창업자 디너를 호스트한다. CEO는 매주 미션 에세이를 쓴다. 마케팅 예산이 아니라 사람 수가 곧 채널 수다. 이게 이 팀이 광고 없이 알려진 첫 번째 이유다.


팀이 이렇게 작으면, 대표의 영향력이 엔진이 된다

그리고 팀이 이만큼 작고 창업자 밀도가 높으면, 대표 한 사람의 개인 영향력이 회사의 유통망 그 자체가 된다. Jack & Jill에선 그게 Matthew Wilson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그 영향력을 오늘 만든 게 아니다. 몇 년에 걸쳐 미리 깔아뒀다.

Matthew Wilson의 링크드인은 회사 소식판이 아니다. 유저들과 소통하고 서비스의 가치를 전달하고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싶게 만드는 완벽한 마케팅 창구이다.

가장 많이 퍼진 글은 시드 투자 발표글이었다. 댓글이 360개 넘게 달렸다. 근데 그 글은 "돈 얼마 받았다"로 시작하지 않는다. 이렇게 시작한다. 사람들은 깨어있는 시간의 40%를 일에 쓴다. 건강과 관계 다음으로 행복을 좌우하는 게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을 찾는 시스템은 망가져 있다. (나도 똑같이 생각한다)


이 파급력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Wilson은 원래부터 쓰는 사람이었다. 2017년엔 Economist가 연 글쓰기 대회에서 전 세계 4,000명을 제치고 에세이로 이겨 장학금을 탄 이력까지 있다. 원래 글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걸 이전 회사 때부터 링크드인에 축적했다. Omnipresent를 하던 2021~2022년에 이미 "일의 미래" "팀의 글로벌화" 같은 주제로 꾸준히 썼다. 커리어라는 한 우물만 판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사람이 부러웠다

여기서부터는 분석이 아니라 고백이다. 이 회사를 파고들수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걸, 이 사람이 이미 만들어 놨다. 나는 오래전부터 커리어를 도와주는 AI를 상상했다.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조건이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고, 정말 그 사람한테 맞는 다음을 찾아주는 것. 그걸 이 사람이 이미 하고 있었다.


내공은 비교가 안 된다. 이 사람은 유니콘 문턱까지 회사를 키워봤고, 나는 아직 아니다. 근데 그게 이 글을 쓰는 이유를 더 크게 만든다. 내가 가려던 길을 몇 걸음 앞서 걷는 사람을 발견한 거니까.


그리고 신기한 게 하나 있었다. 이 사람 관점이, 놀랍게도 내가 평소 하던 생각이랑 비슷했다.

나는 커리어를 자주 인생에 빗댄다. 일은 직업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Wilson이 비슷한 말을 한다. "사람들은 깨어있는 시간의 40%를 일에 쓴다. 건강과 관계 다음으로 행복을 좌우하는 게 일이다." 이거, 내가 커리어 상담할 때 하던 말이랑 진짜 비슷하다. 나 혼자 어렴풋이 붙잡고 있던 생각을 이미 회사로 만들어 낸 사람이 있다는 게 대단하고 멋졌다. 부럽다.


채용 원칙을 읽을 때도 그랬다. 준비하고, 훈련하고, 서로를 위해 뛰고, 화려하지 않은 일도 자부심을 갖고 한다. 플레이어로서 온전히 뛰는 것. 나는 이런 방식에서 살아난다. 이 여섯 줄을 읽는데, 같이 일해보고 싶었다.

이 회사를 오래 들여다보고 나서, 나는 분석을 끝냈다는 기분이 아니었다. 이렇게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있었다.


제품이 스스로 퍼진다

Jack은 지원자한테 완전 무료다. 그래서 사람들이 실제로 매주 쓰고, 친구한테 보낸다. 초기 성장이 입소문이었다. 그리고 틱톡에서도 바이럴이 되고 있다고 하는데 자발적으로 만든 영상들은 찾기 어려웠다.


Wilson의 글에 이런 문장이 있다. Jack과 대화할 때 사람들은 운다. 의심을 털어놓고, 마침내 일에서 뭘 원하는지 솔직하게 말한다. 많은 이에게 이게 인생 첫 깊은 커리어 대화다. 이 감정이 나눠진다. 그게 바이럴이 된다.

나는 솔직히 이 감정을 못느꼈다. 제품을 더 써봐야하나 싶다. 근데 사람들이 커리어에 대해 깊은 대화를 할 존재가 없고 대화에 대한 니즈가 있다라는건 내가 7개월 넘게 커리어 관련 주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며 유저를 만나며 그들이 말하는 것에 백번 동의한다.


최근엔 입소문을 아예 제도로 만들었다. Friends of Jack & Jill이라는 파트너 프로그램. 소개로 채용이 성사되면 돈을 준다. 회사를 소개하면 12개월간 성사액의 20%, 한 건에 최대 $30,000까지. 이메일에 Jack이나 Jill을 CC만 하면 된다. 제품속에 바이럴 루프를 만들었다.

CMO의 말이 정확하다. "우리 성장의 큰 부분은 사람들이 사람들에게 말해주는 데서 왔다. 근데 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 받았다. 그걸 바꾼다."

공짜로 일어나던 입소문에 돈을 붙여 시스템으로 만든 거다.


오프라인에서 뾰족하게 깊게 만난다.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를 직접 만든다. SF에서 창업자 디너를 연다. a16z와 YC 창업자들을 모은다. 여성 70명을 모아 AI 구직 세션을 한다. 투자자들과 루프탑 1주년 파티를 한다. 런던에선 Ashby와 공동으로 AI 네이티브 팀은 어떻게 뽑나 패널을 연다. 다른 회사 임원들을 무대에 세우고, 회사는 호스트가 된다.


타깃이 테크 스타트업이니까, 그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 파고든다. 광고로 100명한테 닿는 대신, 딱 맞는 30명과 저녁을 먹는다. 온라인 글로 신뢰를 만들고, 오프라인 자리에서 그 신뢰를 관계가 된다.


이 모든 걸 우연에 맡기지 않았다

이 마케팅은 우연이 아니다. 근데 판을 깔 사람을 사왔다는 얘기도 아니다.

Jack & Jill의 CMO Franky Athill은 연쇄 스타트업 CMO다. 직전엔 Fyxer AI에서 10개월 만에 0에서 $1천만 ARR을 만들었다. 근데 내가 눈여겨본 건 그 숫자가 아니라, 성장 과정을 매주 기록하고, 자기 마케팅 플레이북을 공개하고, 링크드인에서 노출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회사의 마케팅은 누가 하루아침에 세팅해 준 판이 아니다. CEO도, CMO도, 오퍼레이터들도 각자 오래 써온 것들이 쌓여서 판이 된 거다. 한 방이 아니라 복리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뭘 가져갈까

이 글은 남을 분석한 글이지만, 사실은 나한테 하는 글이다. 나는 커리어를 도와주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오래된 꿈이다. 나도 이미 글을 쓰고 있었다. 커리어에 대해, 제품에 대해 그 글에는 내 가치관이 담겼고, 읽는 사람이 생겼고, 작게나마 임팩트도 경험했다. 돌아보니 나는 나도 모르게 이 사람이 걸어온 길을 조금씩 따라오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이 스터디로 네가 이미 하던 걸, 이제 의식하고 설계하라에 가까웠다. 내가 만들 수 있는 건 뭘까. 이 관점, 이 글, 이 가치관을 가지고 나는 어떤 제품을 뽑아낼 수 있을까. 아직 답은 없다. 근데 내공은 달라도, 누군가 이미 그 길을 걷고 있다는 걸 봤다. 한국에서 그 시장을 내가 열어보고 싶다라는 열망이 더 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