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냐 · 주간 콘텐츠

AI를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생님이 없는것

셩PM · 2026-07-03
아무것도 안 알려드렸고, 모두가 해냈습니다!

AI로 배운것, 만든것을 서로 공유했다. 공유회가 끝난 날, 슬랙에 후기가 올라왔다.

"쏘냐 덕분에 오늘도 한 단계 성장했어요." "다들 원하는 대로 뚝딱뚝딱 만든 게 정말 멋지십니다." "이상, 쏘냐와 함께하는 AI 졸업생 1기였습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끝까지 실천하신 여러분이 짱 멋져요. 제가 없어도 사실 다 해낼 수 있는 것이었어요."


예의상 한 말이 아니다. 정말로 그랬다.

시작은 별거 아니었다. 나는 해커톤에 내가 만든 슬랙봇 하나를 들고 나갔다. 그걸 본 사람들이 물었다. "그거 어떻게 만든 거예요?" 정식으로 "AI 교육을 해달라"는 요청 같은 게 아니었다. 그냥 "알려달라"는 말이었다. 그럼 같이 하자! 라며 날을 잡았고, 회사 사람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내가 준비한 건 '수업'이 아니었다

알려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커리큘럼을 짜지 않았다.

내가 만든 슬라이드의 제목은 이거였다. 만드는 건 AI가, 기획은 당신이.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진짜로 한 건, 내가 만든 슬랙봇 하나를 보여주는 것. 나는 이런 식으로 만들었어요. 딱 그거였다.

나머지는 전부 '설계'였다.

사람들을 몇 시간 동안 회의실에 가둬두었다. 각자 자기 것 하나를 완성해야만 나갈 수 있게.

모르는 게 생기면 나한테 묻지 말라고 했다. Claude한테 물어보게 했다.

그날 못 끝낸 사람에게는 숙제를 줬다. 데드라인을 걸고, 체크했다.


이게 전부다. 정말 전부다.

여기엔 내 PM으로서의 오래된 믿음 하나가 깔려 있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마찰을 줄이는 게 아니라, 때로는 제약을 거는 것이다."이 시간동안 우리는 이걸 무조건 할거에요"라는건 움직일 수 밖에 없게 하는 것이고 AI는 해보기만 하면된다. 그게 전부기 때문이다.


"그게 뭐예요?"라고 물었을 때

공유회 전날, 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물었다. AI 쓰면서, 더 배워보고 싶은 게 생겼어요?

한 동료가 답했다. 만들고 싶은 게 있는데 중간에서 막혔다고. 어떤 개발 용어(○○) 하나가 도무지 뭔지 모르겠다는 거였다. 나도 잘 모른다 근데 AI는 다 안다.

"혹시 지금 이 내용을 Claude에게 한번 물어봐 주실래요?
나 이런 거 하고 싶은데
지금 이렇게 나오고 있음 (이미지 첨부)
여기서 뭐 해야 해?"

그리고 하나 더 덧붙였다.

"작업하고 나서, '그래서 ○○이 뭐야?'라고 끊어서 물어봐 주세요."

말할때마다 조금 민망하다. 나는 결국, 답을 준 적이 없었다. 매번 'AI한테 묻는 법'만 알려준다.

"아니 저 맨날 Claude한테 물어보는 법만 알려주죠…? ㅋㅋㅋ"

정답을 주는 것보다, 정답을 꺼내는 법을 주는 게 중요하고 그게 더 오래간다. 그 용어의 정의는 검색하면 3초면 나온다. 하지만 막혔을 때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는 아무도 대신 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배울때 진짜 내것이 된다고 생각하는 나의 철학이 생겼기 때문이긴 하다.


내가 없어도 사실 다 해낼 수 있는 것이었다.

이건 겸손이 아니었다. 내가 진짜 바라는 모습이다.

나는 처음부터 나를 지우려고 만들었다. 시연은 최소한으로. 선생님 자리엔 내가 아니라 Claude를 앉혔고. 아웃풋은 데드라인에 맡겼고. 그러니 마지막 날 내가 없어도 굴러가는 건, 애초에 목표였다. '나 없이도 되는 상태'를 경험하기.


아무도 'AI'를 배우지 않았다

공유회에서 다섯 명이 각자 만든 걸 공유했다.

여러 팀의 업데이트가 노션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매번 찾아 헤매며 업무를 하시던 분은, 그걸 슬랙으로 모아서 구독하듯 받아보는 걸 만들었다. 예전에 만든 이미지가 어디 있는지 가물가물하던 분은, 키워드만 던지면 피그마에서 찾아주는 걸 만들었다. 심지어 이미지 일부로도 찾아올 수 있었다. 흩어진 컴포넌트를 매번 다시 조립하던 분은, 그걸 학습시켜 재조립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내 봇을 자기 슬랙에 그대로 옮겨 심었다. (각자가 무엇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업무 관련내용이라 자세히 적기 어렵다. 하지만 인터뷰 요청을 계획중...!)

가장 귀여웠던 장면 하나. 슬랙 봇을 만드신 분이 다른 분들이 있는 채널에 본인이 만든 슬랙봇을 초대하기에 정작 너무 쑥스러워했다. aka 샤이이슈. 그럴땐 용기..! 를 드리곤 한다.


아무것도 안알려 드렸고 모두가 배워가셨다.

나는 이 수업에서 사람들에게 코드를 가르치지 않았다. 웹훅도, 터미널도, 모델 이름도, 결국 각자 Claude한테 물어서 알아냈다.

내가 준 건 세 가지였던 것 같다. 못 나가는 방(제약), 물어볼 상대(AI), 그리고 물어보는 법(질문).

그리고 나는 배웠다. 가르치는 일의 목표가 "나를 필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필요 없게 만드는 것"그리고 본인이 다 해내는 경험. 하나를 AI와 완성하는 경험


1기가 만드는 2기를 꿈꾼다.

나는 이걸 농담처럼 "다단계"라고 부른다. 이 다섯 분이, 다음 다섯 분에게 나와 같은 걸 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한 동료에게 질문하는 법을 건넸듯이,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한 명씩, 한 명씩 AI의 세계로. 발판을 치웠더니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의 발판이 되는 것. 그렇게 되면 이건 수업이 아니라 문화가 된다.


솔직히 이유는 크지 않다. 나는 그냥 같이 하는 게 좋다. 좋은 사람들이랑 뭔가를 만드는 일이 그냥 즐겁다. 그게 전부다. 그리고 그 사람들 때문에, 나도 멈추지 못한다. 그러니 이건 그들을 위한 길이면서, 나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같이 하면 좋겠다. 그리고 진짜 재밌을 것이다! 라고 AI 졸업생 1기에게.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2기에게 미리 전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