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냐 · 주간 콘텐츠

브런치에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어렵다.

셩PM · 2026-07-03
어려운 대신 나에게 온 기회들은 정말 많았다.

시작은 정리였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머릿속에 흩어진 걸 어딘가에 놓고 싶었다. 누가 보라고 쓴 게 아니었다. 정리가 필요했을 뿐이다. 지속하며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업무를 잘 하기 위함의 목적 그게 가장 컸다.


쓰면 자신감이 아니라 자기 확신이 생긴다

한 편을 끝낼 때마다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안다고 생각한 걸 문장으로 옮기면 구멍이 보였다. 반대로 어렴풋하던 게 쓰는 동안 또렷해졌다. 글은 생각을 옮겨 담는 그릇이 아니었다. 내가 뭘 아는지 정리하는 도구였다.

그렇게 정리하다 보면 사고가 넓어진다. 한 주제를 열면 단순히 글을 쓰기 위한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공부하게 되고 고민하게 되고 여기저기 다 파고 들면서 생각을 확장하게 되고 아는게 많아진다. 그걸 글로 정리하면서 구조화를 한다. 그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생각을 확산하는 것에만 익숙했던 습관에서 정리하는 습관으로 넘어가고 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다음에 생긴 건 자신감이었다. 내가 아는 것의 크기가 눈에 보이니 막연한 불안이 줄었다. 그런데 자신감보다 중요한 게 따로 있었다. 자기 확신이다. 남이 뭐라 하든 내 판단을 믿는 감각. 자신감이 "나 이만큼 안다"라면, 자기 확신은 "그러니 이렇게 간다"이다.


마지막 하나는 결이 다르다. 자기 효용감. 결과물이 눈앞에 쌓이는 걸 보면,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이 생긴다. 이건 누가 주는 게 아니다. 내가 나한테 확인시키는 것이다.


눈치가 보였다

여기까지 오기 전에 아주아주 큰 벽이 하나 있었다. 공개적으로 쓴다는 것. 그게 무서웠다. 회사분들도 내 글을 읽는다. 외부에서 아는 사람 누구가 너 글 읽고 물어보더라 라는 말도 듣는다. 어설프게 쓰면 그 평가가 나한테 돌아올 것 같았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늘 그게 먼저였다.


실제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식으로 쓰면 안 된다. 소설 쓰네. 그런 말을 서슴없이 했다. 신기한 건, 그런 말은 멀리 있는 사람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더 많이 했다. 그런데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됐다.


겪어보니 두 가지를 알았다.

하나. 평가는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다. 누구나 한다.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한 줄이면 된다. 그리고 평가 많이 하는 분들은 대부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모든일은 실제로 해보면 다 어렵다. 근데 그 어려움의 무게를 모르기때문에 쉽게 평가하는 것이다.

둘. 그렇게 말을 쉽게 하는 사람은 생각도 쉽게 바꿀 확률이 높다. 그래서 그 평가에 무게를 둘 이유가 없다. 정작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한테 관심도 없다.


멀리에서, 가까이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예상 못 한 건 그다음이었다. 강의를 해달라는 제안이 왔다. 유료 모임장이 되어달라는 연락이 왔다. 책에 기고해달라는 메일도 있었다. 다 못 했다. 회사 일이 바빴다. 하고 싶었지만 시간을 못 냈다.


실제로 한 건 커피챗 정도였다. 종류는 다양했다. 초반엔 채용 제안이 많았다. 그런데 그쪽은 자연히 줄었다. 그때 나는 하던 제품에 집중하고 싶었고, 그 제품이 잘 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래서 정말 놓치기 아까운 자리가 아니면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그 제안들은 다른 걸 알려줬다. 채용이 이렇게 찾아오기도 하는구나. 그 자체로 감사한 인사이트였다.

채용이 줄어든 자리에 남은 건 다른 결이었다. 커리어 고민을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 AI를 어떻게 써야 할지 묻는 사람들. 나와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나를 떠올리고 연락을 준다는 것. 사내에서도, 밖에서도 그랬다.


상담해주는 줄 알았는데, 내가 배우고 있었다

처음엔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고민을 들어주다 보면 내가 인사이트를 얻는다. 이건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하다. 책을 읽으면 특정 상황에 공감하고,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같이 깊게 고민하면서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 상담이 딱 그랬다.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가 아니라, 진짜 같이 고민하고, 어떨 땐 문제를 함께 풀어본다.


그렇게 얻은 게 다시 글이 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뭘 물어보러 오는지를 보면, 지금 시장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가 보였다. 무엇보다, 만나는 인연이 참 값지다. 사람도 다르고, 서로 주고받는 에너지도 달랐다. 평소였으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사람들이다. 그게 실제 인연이 됐다.


나라는 사람으로 연결된 사람들 : 카톡방

그러다 카톡방 하나에 백 명이 모였다. 신기한 건 이 모임의 성격이다. 특정한 목적으로 모인 게 아니다. 그냥 나라는 사람을 통해 연결된 사람들이다. 대체로 배우려는 의지가 크고, 커리어와 AI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내가 혼자 다 도울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사람들끼리 연결되면, 내가 못 채우는 부분을 서로 채울 수 있지 않을까. 더 시간을 내고 공들여 운영하면 서로에게 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은데, 솔직히 아직은 잘 못 하고 있는 영역이다.

이게 다 어디서 왔나. 글을 썼기 때문이다. 써서 밖에 내놓지 않았으면, 이 사람들은 나를 떠올릴 방법이 없었다.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글이 쌓이니 예상 못 한 게 하나 더 생겼다.

나도 모르게 셀프 브랜딩이 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이미 알고 온다. 내가 나를 소개하지 않아도, 내 생각을 읽고 나라는 사람을 깊이 봐준다. 처음 만난 사람과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을 건너뛰고 바로 본질로 간다.

"브런치 보고 연락드렸어요. 이런 생각 하시더라고요." 이 말을 먼저 꺼내주는 사람이 많아졌다.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너무 편했다. 이게 쌓여 앞으로 뭘 데려올지는 모르겠다. 아직은, 그냥 신기하다.


평가는 리스펙이 된다

계속 쓰다 보면 평가가 다른 걸로 바뀌는 순간이 온다. 가볍게 던지던 평가가 어느 지점을 넘으면 리스펙이 된다. 되기도 하는 게 아니다. 오래 쓰면 된다. 그건 잘 써서가 아니다. 오래 썼기 때문이다. 사람의 시선을 바꾸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리스펙은 드물고, 그만큼 값지다.

한 편은 누구나 쓴다. 열 편도 마음먹으면 쓴다. 어려운 건 그게 아니다. 계속 쓰는 것. 그게 실제로 어렵다.


나를 보고 쓰기 시작한 사람들

요즘 이런 사람이 생겼다. 내 글을 보고 자기도 쓰기 시작했다는 사람.

이만큼 뿌듯한 일이 없다. 강의 제안도, 커피챗도, 백 명이 모인 카톡방도 좋았지만, 이건 결이 다르다. 무서워서 못 하던 걸 나 때문에 시작한 사람이 있다는 것.

써서 내놓기 전엔 온갖 일이 생길 것 같았다. 겪어보니 아무 일도 안 생긴다. 쫄 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