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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고민상담소 7편 : 답을 안알려주는 커리어 상담

셩PM · 2026-07-02
답은 이미 본인이 알고 있으니까.

커리어 상담을 해달라는 사람에게, 나는 커리어 얘기를 거의 안 한다.

어제도 그랬다. 아끼는 동생이 밥을 먹자고 했다. 20대의 대부분을 한 가지 공부에 쏟았는데, 서른이 넘어서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난다. 이제 처음으로 정식 취업의 길을 밟는 동생. 개발자를 떠올렸다고 했다. 하필 주니어 자리가 얼어붙은 때 AI로 의견이 분분한 상황 이게 맞는 선택일지 걱정된다고. 밥을 사주고 오래 이야기했다. 그런데 나는 "개발자 해라" "하지 마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질문을 많이 했다.


예전엔 나도 답을 같이 찾아주려 했다. 지금은 안 그런다. 사람들은 사실 답을 이미 알고 있다. 안 꺼내봤을 뿐이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은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생각을 넓혀줄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생각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사람들은 더 확신을 안고 다시 온다. 결국 답은 본인이 찾는다. 그 질문들을 적어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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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내가 늘 제일 먼저 묻는 건 이거다. 어떤 삶을 살고 싶어?

커리어 상담인데 왜 삶을 묻느냐면, 삶 안에 커리어가 있기 때문이다. 커리어 안에 삶이 있는 게 아니다. 살기 위해서 일을 하는 거다. 그 일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다. 거기서 자아를 찾는 사람도 있고, 그냥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나는 둘 다 존중한다. 중요한 건 그 개념이 서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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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이 서 있으면 다양하고 명확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안 서 있으면 표면만 붙잡고 고민한다. 이게 맞나 저게 맞나가 끝나지 않는다. 뭘 골라도 만족이 없다. 기준이 없으니까.

그런데 "어떤 삶을 살고 싶어?"는 너무 큰 질문이다. 이걸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나도 오래 그랬다. 그래서 잘게 쪼갠다. 10년 후, 20년 후에 너는 어떤 모습이야? 어디서 뭘 하고 있어?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 그 안에서 너는 어떤 사람이야? 장면이 그려질 때까지 계속 세세하게 묻는다.


그리고 반대로, 지금 손에 쥔 걸 본다. 내가 가진건 뭘까?

미래를 묻고 나면 반대로 간다. 지금 너는 뭘 가지고 있어?

어제 마음이 쓰였던 게 이거였다. 그 친구는 20대 내내 정말 많은 공부를 했다. 그런데 새 회사에 취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걸 다 내려놓고 zero에서 시작하려고 했다. 회사에서 인정받은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새 출발 앞에서는 누구나 조금 그렇게 된다. 기록이 없다고 능력이 없는 게 아니다. 언어도 잘하고, 실무도 많이 해봤고, 그 과정에서 익힌 툴과 스킬이 있다. 그런데 그걸 자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을 쏟은 게 똑같은 직군으로 안 이어진다고 버려지는 게 아니다. 재조합해서 나만의 스킬이 되기도 하고, 더 맞는 다른 길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사실 하나의 길만 판 사람이 내 주변엔 오히려 더 없다. 전공을 안 살리는 사람이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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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먼저 나열해보게 한다. 내 장점, 내가 가진 것들. 미래의 장면도 지금의 자산도, 없어서 못 보는 게 아니다. 너무 익숙해서 잊고 있을 뿐이다.


그 위에서 축을 세운다

미래와 자산이 어느 정도 보이면, 이제 축을 세운다. 나는 회사에서, 커리어에서 뭘 제일 원하는가.

여기서는 다들 한 번쯤 막힌다. 그래서 예를 많이 든다. 연봉이 제일 중요해? 회사 이름이 중요해? 카카오, 네이버, 토스 같은 이름이 상징하는 문화가 있잖아. 아니면 워라밸?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 탑다운이냐 바텀업이냐? 그렇게 예를 들다 보면 사람들이 스스로 발견한다. 아, 나는 사실 이걸 원했구나. 이것도 저것도 원하지만 우선순위가 이렇구나. 밸런스게임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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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주 꺼내는 축들은 이렇다.

연봉 : 지금 손에 쥐는 돈.

자아실현 : 이게 나다운 일인가.

일의 내용 그 자체 : 하루 종일 하는 그 행위를 좋아하는가. “의미 있나”와는 다른 질문이다.

성장 가능성 : 여기서 내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

워라밸 : 일과 삶의 균형.

주체성 : 내가 주도할 수 있는가.

안정성이냐 상방이냐 : 대기업의 예측 가능성이냐, 스타트업의 지분과 상방이냐.

이동성 : 이 일이 다음 문을 여는가, 닫는가.

다양한 요소들을 계속해서 나열해보고 예시로보고 순위를 매겨보며 파악해보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삶에는 돈이 엮여 있다

그리고 여기서 조금 솔직해지면, 이루고 싶은 삶에는 대개 돈이 엮여 있다. 특히 커리어에는 깊게 엮여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엄청 부족해도 괜찮은 사람은 드물다. 어느 정도는 이루고 싶은데 일은 적당히만 하고 싶다, 그런 조합은 잘 없다. 원하는 모습이 있으면 어느 시기엔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서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지금 나는 어느 지점에 있나. 시장에서 내 능력이 어떻게 읽히나. 지금은 투자할 때인가, 수확할 때인가. 이걸 인생 그래프처럼 같이 그려본다. 큰 목표 하나를 잡으면 그걸 단계로 쪼갠다.


그리고 속도를 조절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두 사람 얘기를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디자이너로 일했다. 회사도 여럿 다녔고, 잘나가는 것도 무너지는 것도 봤다. 직접 창업했다가 망해보기도 했다. 그 20대 내내 치열하게 돈을 벌고, 치열하게 여행하고, 프로덕트도 많이 만들었다. 디자인에서 시작해 이 도메인 저 도메인을 다 기웃거렸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몰라서였다.
그때 나는 많이 불안했다. 외로웠다. 다들 하나씩 자리를 잡는 것 같은데 나만 계속 탐색만 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어디선가 이제 120살까지 산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그럼 20대를 온통 탐색에 써도 되는 것 아닌가. 나는 실제로 그렇게 썼다.
하나는 엄마다. 내가 고등학교 때, 엄마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석사까지 하고, 오십이 다 되어갈 때 새 직업을 얻었다. 인생을 다시 시작한 거다. 그걸 곁에서 봤다.

그래서 조급해하는 사람에겐 인생 길다고, 침착하라고 말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느슨한 사람은 옆에서 조금 다잡아주기도 한다.


그리고 존중한다

그냥 편안하게 살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일은 먹고사는 수단이고, 인생은 따로 있는 사람. 그런 사람에겐 성장하는 회사를 권하지 않는다. 그 방향을 같이 논의하지도 않는다. 그것도 좋은 삶이라고, 존중한다고 말한다.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니까. 내가 하는 건 그 사람의 기준을 찾아주는 거지, 내 기준을 파는 게 아니다. 근데 이걸 아는게 중요하다. 내가 어떤 가치를 가진것인지. 그게 첫 질문에서 찾기를 바라는 내 인생에서의 커리어는 뭐지? 라는 답을 찾으면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결과값이다.


사실 이건 인생 상담인 경우가 많다.

이쯤 되면 눈치챘겠지만, 이건 커리어 상담이라기보다 인생 상담에 가깝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

내가 이걸 남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이 고민에 시간을 정말 많이 쏟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그 20대를 지나오는 동안, 남들이 느끼는 혼란을 나는 조금 먼저, 조금 압축해서 겪은 것 같다.


요즘은 덜 흔들린다. 축이 안 흔들려서가 아니다. 가치관은 사람이니까 유동적이고, 바뀌면 다시 정렬하면 된다. 다만 혼란스러울 때 어떤 부분이 혼란스러운지를 명확히 알고 나면 덜 괴롭다. 그걸 알게 된 뒤로 조금 편해졌다.


나는 만족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게도 만족하는 순간이 있었다. 이런 축들을 세우고 기준들이 생기고 나서 비로소 느낀 감정이다. 그래서 이런 글을 계속해서 쓴다.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커리어 안에서든, 삶 안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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