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AI 에이전트에 관심이 많다. 데이팅 도메인의 에이전트 서비스는 업무를 하며 경험해봤다. 도메인, 서비스별로 비교하면서 내가 하는 일들을 이해하는 습관이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다른 도메인에서는 에이전트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관심있는 도메인, 커리어를 먼저 들여다 봤다. 미국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보였다. 그중 제일 잘 플레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프로덕트를 이번에 소개해보려고 한다. Jack & Jill. 대화를 통해 지원자를 파악하고 채용을 도와주는서비스다. 심지어 나도 지원자로 써보며 서비스를 뜯어봤다.
https://www.jackandjill.ai/
이 서비스 뭔데?
Jack은 지원자 편. Jill은 회사 편.
Jack이 나랑 10~20분 대화한다. 내 경력, 내가 중요하게 보는 것, 다음 직장 기준을 묻는다. 그리고 매일 1,500만 개 공고를 훑어서 나한테 맞는 것만 골라준다. 이력서를 넣는 게 아니라, 말을 한다.
Jill은 반대편이다. 회사가 "이런 사람 필요해"라고 이야기하면, Jack이 쌓아둔 후보 풀에서 몇 명을 뽑아 채용 매니저한테 직접 소개한다.
지금 Jack과 대화한 사람이 27만 명. Jill을 쓰는 회사가 1,000곳 넘는다. 창업 반년 만이다.
지원자한텐 완전 무료다. 돈은 회사가 낸다. 이 구조는, 뒤에서 다시 얘기해보겠다.
누가 만들었는데?
Matthew Wilson.
물리학 석사를 하고, 회사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다. 그러다 창업했다. 그다음에도 창업했다. 이번이 세 번째 창업이다. 세 번 다 일과 고용에 관한 창업이다.
옥스퍼드에서 이론·수학 물리학 석사를 했다. 창업엔 원래 관심도 없던 사람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영국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중간 이유는 모르겠지만 첫 직장은 AND Digital. 기업들의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를 대신 만들어주는 런던의 IT 컨설팅 회사다. 여기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다. 창업은 그다음이다.
첫 창업, Veratrak. 제약 공급망 SaaS다. 친구와 공동창업했고, 대표는 그 친구, Wilson은 프로덕트를 맡았다. 회사는 잘 성장했다. 본인은 "잘 됐지만 내가 열정을 느끼는 분야가 아니었다"고 말하며.
두 번째, Omnipresent. 이번엔 대표자로 서비스를 만들었다. 글로벌 고용 플랫폼이다 해외에 있는 사람을, 그 나라에 법인 없이도, 합법적으로 고용하게 해준다. 다들 공감하지 못했다. 근데, 타이밍이 미쳤다. 2019년 11월 창업, 두 달 뒤 코로나. 원격근무가 이어졌고 8분기 연속 매 분기 팀이 2배가 됐다. 본인 말로는 3년 만에 기업가치 약 8천억 원(6억 달러)까지 올렸다고 한다. 유니콘 문턱.
그리고 세 번째가 Jack & Jill이다.
여기서 하나 짚고 싶다. Omnipresent는 이미 찾은 사람을 어떻게 고용하고 정산하는가를 해결하는 회사였다. 채용, 고용의 영역이다. Jack & Jill은 "애초에 그 사람을 어떻게 찾나"를 푼다. 앞단이다. 이전 회사에서 채용에 대한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앞단으로 넘어온것이 아닐까. 이 시장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새로운 시작점에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지,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하다.
엑싯까지 했는데 왜 창업을 했을까?
Omnipresent, 결국 어떻게 됐을까. 2025년 10월, 경쟁사 Deel에 인수됐다. Deel은 같은 달 기업가치 약 24조 원(173억 달러)을 인정받은 HR 대기업이다. 언뜻 성공적인 엑싯처럼 보인다. 이번엔 숫자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Omnipresent가 투자받은 총액이 약 1,900억 원(1억 4천만 달러)이다. 그런데 인수가는 여러 소식들 기준(정확하지 않음) 기준 약 200억 원(1,5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약 1,900억 원을 투자받았고, 약 200억 원에 팔렸다.
이런 다운 엑싯에선 보통 투자자가 원금부터 회수한다. 그럼 창업자 몫으로 얼마가 남았을까. 정확한 개인 정산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니 나도 모른다. 창업자에게 어느 정도 보상이 돌아갔는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모든 게 돈 때문은 아닐 거다. 다만 이렇게 투자금과 엑싯 금액을 나란히 놓고 계산해볼 수 있다는 것. 그 정도는 짚어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핵심 기능은?
나는 지원자(Jack)로만 써봤다. 회사(Jill) 쪽은 못 봤다. 그래서 반쪽은 내 체험, 반쪽은 리서치로 알게된 프로덕트의 경험이다.
Jack 쪽.
전화(음성인식)로 시작하는것으로 노출되어있었는데, 텍스트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대화는… 솔직히 "이해받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뭔가 조건대로 확인당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직장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 다음 직장 기준을 많이 묻더라. 성실히 답했다. 결과로 추천 공고를 몇개 줬다.
근데 여기서 의외의 지점. 해외 기업이 압도적이었고, 국내 기업도 하나 나왔다. 그게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혼자선 절대 못 찾았을 외국 회사들을 발견하게 해줬다. 세상에 이런 데도 있네. 내가 몰랐던 세계를 보여준 것. 이건 진짜 좋았다. 더 많은 기회를 경험한 것 같았다.
이거 말고도 Jack은 모의 인터뷰, 연봉 벤치마킹, 협상 코칭까지 해준다. 시간당 300달러(약 40만 원)짜리 커리어 코칭을 공짜로.이렇게 유저들에게 설명한다. 채용에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서포트해주며 채용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Jill 쪽.
회사가 역할을 브리핑하면, 몇 분 안에 후보 숏리스트가 대시보드에 뜬다. 화면엔 후보별 매치 점수(94%), 등급, 그리고 "이 사람이 왜 좋은지"를 사람 말 한 줄로 요약해준다.
그리고 여기서 눈에 띄는 선택이 하나 있다. Jill은 회사 슬랙에 들어간다. 팀 채널로 후보를 보내주고, 피드백을 그 자리에서 받는다. 별도의 서비스에 로그인하거나 설치할 필요 없이, 이미 쓰던 플랫폼에 스윽 들어간다.
이 선택은 꽤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타깃이 테크 스타트업이다. 이 사람들은 하루 종일 슬랙에서 산다. 그럼 리크루터도 슬랙으로 들어가는 게 자연스럽다. 새 툴을 깔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이미 사는 곳으로 파고든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긴다.
지원자인 나한텐 "조건 체크" 느낌이었다. 근데 회사 쪽은 후보를 서사형 한 줄로 브리핑해준다고 한다. 솔직히 회사 쪽은 내가 못 써봤다. 그래서 써보고 직접적인 유저 경험을 해보고 싶다.
다만 이런 가설은 세워볼 수 있다. 매출을 만들어주는 쪽이 회사라면, AI의 "이해"도 회사 쪽에 더 깊게 쓰이지 않을까? 확보해야 할 데이터도, 다뤄야 할 맥락도 그쪽이 더 다양할 테니, 기능도 그쪽이 더 디테일하게 발전하지 않을까?
그래서, 사업은 잘 성장하고 있을까?
런던에서 시작해 6개월 만에 약 5만 명이 Jack과 대화했고, 지금은 27만 5천 명이 넘는다.(서비스에서 대화한 유저 숫자 기준) Jill을 쓰는 회사도 수백 곳. 2025년 10월엔 시드로 약 280억 원(2천만 달러)을 투자받았다. 투자자 명단엔 Anthropic, Lovable, ElevenLabs 사람들, F1 챔피언 Nico Rosberg까지 있다.
근데 여기서 한 번 멈칫했다.
"27만 5천 명이 Jack과 대화했다"는 건, 인터뷰를 한 사람 수다. 취업에 성공한 사람 수가 아니다. 그럼 실제로 몇 명이 취업했을까? 그 숫자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앞단(대화)은 빠르게 쌓였다. 근데 그 대화가 실제 채용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리뷰도 갈린다. 한 달 만에 원하던 곳에 갔다는 사람도 있고, 매칭이 안 맞거나 공고가 오래됐다는 불만도 있다. 내가 느낀 "조건 체크당하는 느낌"도 아마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거다. 앞단 퍼널의 모습은 보인다. 근데 매칭이라고 하는 goal을 어느정도 달성했는지 추측하기는 어렵다.
돈은 어떻게 벌어?
한 가지로 명확하다. 회사가 내는 성사 수수료.
채용이 성사되면 첫해 연봉의 10%. 3개월 안에 그 사람이 나가면 전액 환불. 지원자는 한 푼도 안 낸다. 에이전시 리크루터가 보통 20~30%를 선불로 받는 걸 생각하면, 절반 값에 리스크도 없다. 일반적인 채용 플랫폼의 BM이라고 보여진다. (원티드 모델)
전략은 이렇게 읽힌다. 무료로 후보(공급)를 먼저 잔뜩 쌓고, 그 풀을 무기로 회사(수요)한테 판다. 지원자 쪽이 공짜라 모으기 쉽고, 회사 쪽은 "여기 좋은 후보 있어요"가 증명돼야 지갑을 여니까. 순서가 명확하다.
포인트! 그리고 타깃이 좁다. 시드~시리즈C 테크 스타트업. 고객 로고가 Y Combinator, Greylock, Attio 같은 데다. 에이전시 수수료가 아까운 회사, 창업자가 직접 뽑으니 의사결정이 빠르고, AI한테 채용 맡기는 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세그먼트를 공략했다.
그래서 다음 행선지가 샌프란시스코다. 단순히 국가를 넘어가는 게 아니라, 같은 세그먼트가 제일 촘촘한 다음 도시를 명확히 선정해서 넘어가고있다.
Jack & Jill을 공부하고 셩PM이 얻은 것
하나. 돈은 회사가 낸다.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다.
예전에 어떤 헤드헌터랑 연락하며 진짜 신뢰하게 된 적이 있다. 그 사람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다. "지금은 이직 안 하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자기 경험을 근거로, 내 조건과 상황을 이해하고, 시장에서 지금 얻을 수 있는 기회랑 비교해서 해준 말이었다. 진짜 와닿았다.
와우 포인트는 이거였다. 이 사람은 내가 채용이 돼야 돈을 버는 구조일 텐데, 나한테 "남으라"고 한다고?
돈은 회사가 낸다. 근데 나를 위한 조언을 한다. 이 둘이 공존할 때 신뢰가 생긴다. 원티드도 그렇다. 돈은 회사가 내도, 나한테 효용이 있으면 나는 배신감을 안 느낀다.
금이 가는 건 딱 한 지점이다. 성사돼야만 돈을 버는 구조라, "남는 게 낫다"는 조언을 못 할 때. 그 헤드헌터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그 말을 해줬다. 근데 플랫폼은 그런 액션을 잘 안 한다. 리스크가 있으니까. 그러다 보니 유저랑 "정말 깊게 이해한다"는 소통까지는 못 간다. 나는 거기가 좀 아쉬웠다. 이 서비스도 나한테는 플랫폼의 경험 그 이상을 주지는 못했다.
둘. 대화형 UI를 씌운다고 "이해"가 자동으로 나오는 건 아니다.
대화형 UI로 할 수 있는 게 진짜 많다고 생각한다. 유저랑 훨씬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그릇이다.
근데 Jack은 정보를 주고받는 정도로 느껴졌다. 조건 묻고, 답하고, 공고 주고. 딱 거기까지. 대화라는 형식이 줄 수 있는 이점을 다 못 쓰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문제를 짚는 방향은 맞다. 다만 아직 거기까진 안 간 것 같다.
셋. 결국 시장 전략과 경험이다.
내가 이 서비스에서 진짜 잘한다고 본 건 이거다. 시장을 뾰족하게 좁혀서 들어간다. 런던에서 검증하고 샌프란시스코로. 세그먼트를 명확히 정하고, 그 세그먼트가 촘촘한 도시를 골라 넘어간다. 에이전트로 지금 당장 대체 가능한 영역을 빠르게 시도한다. 그리고 채용이라는 양면 시장의 속성을 이해하고, Jack과 Jill을 굳이 하나로 묶지 않았다. 각각의 에이전트로 뒀다. 당연한 것 같지만, 이 당연한 걸 잘 지켰다.
무엇보다 채용과 창업을 이미 겪어본 사람이 만든다. 나는 경험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게 제일 부럽다.
그래서, 다음 장은?
마지막으로 하나. 이 서비스 위에 큰 미션이 남아있다.
OpenAI가 채용 시장에 들어온다고 했다. 2026년 중반, 'OpenAI Jobs Platform'을 낸다고 예고했다. 이력서가 아니라 스킬로 매칭하고, AI 인터뷰까지 넣겠다고. 겨냥은 링크드인. 시장 규모는 약 200조 원(1,500억 달러). 물론 예고가 곧 이 시장을 선점한건 아니다. 빅테크가 채용 시장에 왔다가 슬쩍 발 뺀 전력도 있다. 구글도 채용 서비스를 냈다가 2년 만에 접었다. 하지만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 스케일을 이미 가졌다는건 너무 큰 시장 경쟁력이다.
그럼 이 작은 서비스는 어떻게 버틸까? 정면으론 못 이긴다. 거인이 못 하거나 안 할 자리뿐이다. 좁고 깊게(테크 스타트업), 도구가 아니라 관계로(팀에 들어간 리크루터), 크롤링으론 못 얻는 대화 속 의도 데이터로. 셋 다 그럴듯하다.
Jack & Jill은, 저 거인이 오기 전에 그 27만 5천 개의 대화를 "성사"로 바꿔낼 수 있을까?
작은 서비스만 가져갈 수 있는 혜자가 있다. 큰 서비스가 가져가야하는 스케일, 임팩트에서 벗어났기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 반대로는 큰 회사들은 시도하지 못하는 경험들. 그게 나는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으로 보여진다. J&J도 그걸 잘 풀어낼까? 아니면 정말 OpenAI에 대항할 수 있는 스케일을 만들어낼까? 아니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 서비스가 살아남을까?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그리고 있던 서비스가 실제로 작동하는 것을 J&J로 보게되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한 서비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