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일하는 얘기를 세 편이나 썼는데, 제일 어려운 건 안 적었다. 거창한 것도 아니다.
How are you doing?
머릿속엔 이미 "I'm fine, thank you. And you?"가 떠오른다. 근데 저건 쓰고 싶지 않다. 쿨해보이지 못하고 뭔가 주입식 교육이 티나는 한국인 바이브로 느껴져서 고민한다. 그래서 그럼 뭐라고 하지? 고민하는 사이 how are you doing의 타이밍은 지나간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 나는 보통 fine이 아니라는 거다. 솔직히 뭐 어떤가 그냥 별일없다. 정도로 good을 대답해도 괜찮지만 가벼운 질문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good"이라고 말하면서 좀 이상했다.
나에겐 good이 진짜 좋다고 선언하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인지 굿이 잘 안나온다. 매일 쫓기듯 쳐내는 업무에 피곤한 날들에 굿이라는 마음이 안드는 것도 사실이라서.
더 어려운 건 그다음이다. "good"만 하면 성의가 없나 싶다. 뭔가 제대로 답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일할때에는 짧은 질문에도 잘 대답하고 싶어서 이 짧은 인사도 자꾸 진지하게 받는다. 근데 상대는 이미 가볍게 받고 다음으로 넘어가 있다. 가볍게 대답하는 연습이 나는 안 되어 있다.
번역은 이제 AI가 해주는데, 이건 물어볼 새도 없다. 단어가 어려운 게 아니다. 이 짧은 한 줄을 가볍게 받아넘기는 게 어렵다. 생각해보면 나는 이런 편이다. 큰 차이도 쉽지 않지만 이런 소소한 다름에 더 당황하고 난감해한다.
대화의 시작에서 반복되는 긴장감을 느끼고 타이밍을 놓치고 조금이지만 경직되게 만드는 이 순간. 그래서 요즘 일하면서 제일 어려운 것 , how are you doing?
이 어려운 순간을 기억하고 공유하고 싶어서 글로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