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냐 · 주간 콘텐츠

AI가 아니라, 내가 쓴 것 같은 글쓰기

셩PM · 2026-06-21
브런치 글에 대한 남편의 피드백

오랜만에 내 글을 읽은 남편이 말했다. 예전엔 AI가 쓴 것 같았는데, 지금은 내가 쓴 것 같다고.

칭찬이었는데, 정확한 지적이기도 했다. 예전 내 글은 정말로 AI 같았고 도움도 많이 받았기 때문.


잘 쓰려고 할수록 AI처럼 써졌다

나는 글을 쓸 때 긴장도가 높다. 평소 글을 많이 쓰는 편도 아니고 일기도 안쓰는 사람이다. 근데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쓰고 그걸 남이 본다고 생각하니 깊은 마음속에서 항상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글을 잘 쓰지 못하니까 잘 써 보이게는 하고 싶었다. 그래서 특히 단어를 고르는데 시간을 썼다. 조금 더 정제된 단어들로 조금 더 글이 있어보이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내 단어들이 아니였다. 이게 AI같다의 대표적인 예시중 하나였을 것이다.


내가 쓰는 단어가 내 글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낸다.

주로 말로 쓴다. 보이스기능으로 쭉 말하는데 거기 담긴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최대한 가져온다. 더 그럴듯하게 다듬으려고 중간에 멈추지 않는다. 예전에는 글을 보이스로 말하고 정보들을 다시 나열하고 재구성하는 시간을 많이 썼다. 그리고 단어를 정제하고 문장의 흐름들을 연결하고 이랬다면 지금은 생각의 흐름을 최대한 나열한다. 조금 어색할지언정 내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왔을때 그 종착지가 (메세지 전달) 유사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온 단어들은 명확하지만 품격이 조금 없다. 요즘은 그냥 둔다. 품격 없어 보이는 그 단어가 내 색이고, 내 글이다. (그래서 평소에 책을 많이 읽을걸.. 이라는 생각도 하긴 한다)

어떤 단어를 먼저 떠올리는지, 어떤 순서로 말을 거는지. 정제하지 않은 그 선택들이 모여 '내가 쓴 것 같다'는 인상을 만든다.


그 시간을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에 집중해본다.

그리고 정제하는데 투자했던 시간들을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지금 글은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를 점검해보는데 쓴다. 물론 글을 잘쓰고 있다는 아니다. 그래도 점검해본다.


결국 긴장의 문제였다

그래서 이건 문체의 변화가 아니다. 긴장의 변화다. 글이 무언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면 힘이 빠지고, 힘이 빠지면 쉬운 단어를 쓸 수 있다. 쉽게 쓰는 건 못 써서가 아니라, 잘 보일 필요가 없어서다. 글을 6개월 쓰다보니 내 글은 누가 보는지 어떤 평가들을 하는지 그게 나에게 치명적인지(?) 아니면 감당하기에 문제 없는 수준인지 파악할 수 있었고 이대로 글을 써도 나에게 별 문제가 없구나 라는걸 깨닫고 나서는 편하게 쓰려고 노력한다.


좋은 글의 기준도 그래서 바뀌었다. 잘 보이는 글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 빠르고 명확하게 가닿는 글. 날것으로 썼을 때 내 말은 오히려 더 또렷하게 전해졌다. 다른 방법의 글을 쓰는 법을 더 연구해보고 도전해보고 싶다. 이 모든건 과정이고 지금의 나는 여기즈음 온 것 같다.


남편의 말은 내 글이 좋아졌다는 뜻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드디어 나처럼 들린다는 뜻이었고 오늘의 이야기를 기록해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