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어로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번역기도 쓰고, AI도 실시간 번역 툴도 쓰고 정말 갖은 방법을 다 쓰곤 한다. 그런데 직역된 영어를 읽다 보면, 영어 못하는 나조차 알아채는 게 있다. 이건 의도가 안 담겼다. 단어는 다 맞는데, 정말 '직독직해'로 풀어내지 못한 의도들이 비어있는 경우가 있다.
AI가 준 문장을 그대로 안 쓰려고 한다. 한 줄 한 줄 다시 읽는다.
한번은 AI가 "easy to be quiet with"라는 문구를 줬다. 단어만 보면 틀린 게 없었다. 근데 읽자마자 걸렸다. quiet? 이게 맞나. 영어를 잘 못하는 내가 봐도 어색했다. 이건 "말없이 가만히 있는다"처럼 읽히지, 내가 담고 싶었던 "안 꾸며도 되는 편안함"이 아니었다. 그래서 "someone you can just be yourself around"로 바꿨다. 단어가 아니라, 그 사람이 느낄 무드를 담고 싶었다.
특히 나는 감도가 중요한 서비스를 한다. 단어가 의미를 담기에 적절하다고 해도 감도에서 어긋나면 다른 서비스가 된다고 생각한다. 냄새가 난다. 향기가 난다 이런 예시를 들어보고 싶다. 여튼 다르다는걸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예시 문구 하나하나, 이게 내가 의도한 결이 맞는지 본다. AI로 후보 문구를 잔뜩 찾고, 내가 다시 고르고, 다시 정렬한다.
AI한테 시킬 때도 "직역하지 마. 의도를 전달해줘"라고 한다. 그리고 의도를 충분히 설명한다 문장 단어에서 전달되기를 바라는 바이브. AI는 왜 그 문장이 적합한지 말해준다.
그래도 내 판단이 100%는 아니다. 이 예시로 보면 quite 단어가 더 적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영어가 정말 자연스러운지는 다른 문제다. 거기까진 나도 확신 못 한다. 그래서 마지막엔 동료나 원어민에게 한 번 더 검토를 받는다. 의도는 내가 잡고, 언어의 마지막 점검은 더 잘 아는 사람에게 맡긴다. 그래도 처음과 달라진건 단순 번역해서 복붙하는게 아니라 뭔가 내가 원하는 내용을 잘 담고 있는지 계속 보려고 하는 것이다.
번역과 의도 전달은 다른 일이다
서비스에서의 언어를 표현할때도 그렇지만 내 의도를 전달하거나 업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똑같다. 그래서 영어로 옮기는 그 순간에도 전하려던 맥락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내 글을 보는 사람, 내가 설득하는 사람은 어떤걸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느 부분을 설명해야하는지 어떤 순서로 구성해야하는지 등 결국 보는 사람을 생각하고 표현하는게 중요한 것이다. 처음에는 영어로 번역하느라 확인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몇번의 미팅을 하며 직독직해의 아쉬움들을 느꼈고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기떄문에 생기는 문제로 이해받고 싶지 않아..?졌다.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다 보면 없던 게 부연설명으로 붙으며 정보의 무게가 달라지기도 하고, 갑자기 글이 길어지며 맥락이 흐려지기도 한다. 완벽하게 100% 글을 다 파악하지 못하지만 이런 부분을 챙기려 조금씩 읽어보고 어긋나면 다시 잡는다. 결국 영어 실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일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라는 원리를 더 집중해서 생각하는 힘, 그리고 불편한걸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고자 하는 작은 용기가 필요한것이였다.
벽은 영어였지, 일이 아니었다.
이 시리즈를 영어로 세 편을 썼다. 그만큼 영어는 내게 큰 벽이었다. 물론 진입하는 마켓의 문화, 성격이 달라서 새로 학습해야하고 이해해야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정작 일하는 법, 설득하는 법, 설명하는 법은 언어가 바뀐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은 과부하로 그게 전혀.. 안될뿐..! 천천히 시간 가지고 문서로 정리하는건 그래도 좀 할만하다...!!
번역은 이제 AI가 해준다. 의도를 전달하는 일은, 그 일을 나의 논리로 채워가며 일을 진행시키는 것은 여전히 똑같은 무게의 숙제다. 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