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냥 일했다. 일이 오면 했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되게 만들었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잘 굴러갔다. 근데 내가 그걸 어떻게 하는지는 한 번도 안 들여다봤다. 굴러가니까. 들여다볼 이유가 없었다.
내가 커리어를 어떻게 정의내리는지, 나라는 사람의 큰 틀을 확인했다. (장단점) 근데 그걸 내가 실제로 어떻게 쓰는지, 그 작동 방식은 내 눈만으론 안 보였다. 그래서 나를 제일 많이 아는 데이터, 내 일과 글 내 생각의 흐름을 을 잔뜩 풀어놓은 클로드 (AI) 한테 분석을 시켰다.
1. '왜'라는 기반을 다진다.
내 일은 크게 두 동작이었다. 하나, 왜를 세운다. 둘, 그 위에 형태를 빚는다.
앞엣것 '왜'는 사실 한 단계가 아니라 통째로 하나의 구조다. 시장은 왜 이런가, 유저는 왜 이걸 써야하는가, 우리는 왜 이걸 하나, 왜 이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이 시장은 어떻게 구성되어있고 나라는 사람은 오늘 무엇을 해서 이것을 해 낼것인지? 왜로 출발해서 what, how 로 풀어나간다.
https://www.youtube.com/watch?v=JgWKLyYnc-o&t=895s이게 잘 되면 모든게 다 풀리는 느낌이 든다.
2. 왜 위에 '형태'를 만든다.
왜 위에서 형태를 만들때 가장 빠르고 명확하게 결정내릴 수 있다.
추상을 던진다. 왜가 다 깔리면 그 위에 덩어리 하나를 던진다. 형체는 없는데 방향은 있다. 던지는 모양은 도메인마다 다르다. 효용이 또렷한 데선 "어떤 효용을, 어떻게 주고, 유저가 어떻게 이해하게 할까" 같은 질문에 가깝고, 더 흐릿한 데선 감각에 가깝다. 공통은 하나. 아직 손에 안 잡힌다는 것.
구체화한다. 그 덩어리를 만질 수 있는 데까지 내린다. 예를 들어 던진 추상이 유저가 덜 헤매게 하자 라고 하자. 덜 헤맨다는 게 뭔데? 단계를 줄이는 거? 그럼 화면은 몇 개여야 하지? 어디서 막히지? 그 막연한 한마디를 화면 수와 흐름까지 끌고 내려온다. 던지기만 하고 못 내리는 사람이 많은데, 디자인에서 와서 그런지 나는 여기서 안 멈춘다. 던지고, 내린다.
형태로 정의내린다. 내려온 걸 프로덕트의 기능으로 박는다. 이게 뭐고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작동하고, 유저가 어떤 경험을 받을지.
쪼갠다. 전체를 실행 단위로 자른다. 근데 여기서 처음으로 샌다. 쪼개기는 원래 빼는 동작이다. 이번엔 이것만 남기는 것. 근데 그 과정에서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올라온다. 그래서 빼는 대신 자꾸 더 담으려 한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런다는 걸 안다.
확인한다. 내 확인은 회의실에 있지 않다. 유저의 목소리에 있다. 막히면 유저한테 가서 듣는다. 숫자로도 보지만 그 사이의 맥락인 유저의 보이스를 보면 더 확신이 든다.
두 동작은 핑퐁한다
보다 보니, 이 둘은 단방향이 아니다. 왜에서 형태로 한 번 내려가고 끝이 아니라, 계속 오간다. 만들다 막히면 왜로 돌아가고, 만들다 보면 왜가 더 또렷해진다.
그래서 나는 왜가 다 세워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확인해보자. 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작지만 소중한 왜 하나 쥐고 일단 움직여서, 만들면서 채운다. 불안할수록 해봐야 안다고 믿는 쪽이 되었다.
아직도 나의 멘탈모델, 이렇게만 표현하기에는 아쉬웠다. AI가 분석한 결과에도 빈 맥락들이 있어서 속 시원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근데 그냥 굴러가던 때랑은 다르다. 그땐 잘하고도 내가 뭘 하는지 몰랐다. 실패하면 더더 몰랐다. 지금은 내가 지금 어떤 스텝에 있는지 알고자 한다. 완벽한 판단은 아니어도, 보고 하는 거랑 모르고 하는 건 다른 일이다. 이게 내 중간 점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