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https://brunch.co.kr/@103ab3ed4f1f4f6/115)에서 나는 만들 수 있는 것과 만들어야 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했다. 2편(https://brunch.co.kr/@103ab3ed4f1f4f6/128)에서는 방향을 다시 봤다. 그리고 혼자 확신했다. 그리고 몇달이 지났다. 우리는 제품을 만들었고 지금은 코드를 정리해뒀다. 즉, 지금 사이드프로젝트 팀은 제품이 없다.
그런데 팀은 주 2회 모인다. 공부하고, 고민하고, 2시간 넘는 시간을 서로의 생각으로 꽉 채운다. 결과물이 없는데도 모이고 있다. 팀은 제자리에 있다고 느낄 수 있다. 근데 나는 그 어떤 순간보다 팀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 지난 6개월,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가?
1단계 시절, 처음엔 역할로 나눴다. 만들고 싶은 게 있어서 모였고, 디자이너는 디자인, 개발자는 개발, 익숙하게 나눴다. 그러다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2단계, 우리는 원빌더로 일해야한다. 대단한 설득은 아니였다.(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는데 환경을 만들어줘서 고마움..) 근데 AI가 이만큼 발전했고 난 이만큼 공부해왔다. 그리고 우리는 시간이 없다. 그러니까 모두가 방향을 맞춰서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일해보자. 그 과정에서 우리는 프로덕트가 망하더라도 원빌더로 일하는 방법, AI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어갈 것이다. 라는 말로 팀원들을 설득했고. 팀은 기반을 만들어줬다. AI 엔지니어 친구가 하네스를 구축했고, 개발하는 친구가 그 디테일을 채웠다. 나는 그 위에서 기획을 잡고 개발을 했다. 배포도 했다.
과정에서나는 헷갈리는 걸 헷갈린다고 말했다. 어려운 걸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가 생기는 지점, 잘 안되는 지점 빠진 지점들을 친구들이 채워줬고, 뭔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제품을 빠르게 구축하게 되었다. 근데 제품방향이 이게 아니다 라고 생각했다.
3단계. 우리는 멈춰서 물었다. (지금 여기!)
이게 사람들이 쓸 만한가. 우리는 진짜 유저의 문제를 풀고 있는가? 그게 시장에서 원하는 문제풀이의 영역안에 있는가? => 돈을 벌 사업성이 있는가. 단순히 프로덕트를 만들어본다. 라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시장에서 워킹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우리는 1-> 10, 10->100 의 경험이 있다. 하지만 0->1 의 경험이 부족했다. 창업을 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한 나도 별반 다를건 없다. 퇴근하고 몇안되는 시간으로 새로운 방향을 잡고 제품을 구축하기에 시간이 부족했고 같이 고민해달라고, 내가 하는 과정에서의 고민, 레퍼런스의 인사이트를 중간중간 지속적으로 공유하며 생각의 흐름을 친구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유했다. 그걸 바라보며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만들어야해? 라고 혼란스러울까 걱정이되기는 했지만 내 생각의 흐름을 잘 따라와주고 이 과정을 이해하는것도 우리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공유하다 생각이 조금씩 좁혀지고 큰 시장에서의 방향을 잡아가며 친구들에게 이번 미팅에서는 각자의 분석, 각자의 방향을 정리해서 각자 가지고 오자고 해봤다.
같은 문제인데, 보는 자리가 달랐다.
우리는 채용 시장을 풀고 있다. 처음엔 기존 플랫폼의 문제를 봤는데, 지금은 시선을 옮겨 헤드헌터의 구조 문제를 보고 있다. 같은 채용 도메인 같지만, 시장 구조로도 보고, 유저 경험으로도 보고, 여러 축으로 다시 본다.
재밌는 건 같은 문제를 두고도 각자 시선이 갈렸다는 거다.
나는 채용하는 사람의 경험 중 서칭과 매칭에 꽂혔다.
한 친구는 매칭 이후 실제 지원까지 이어지는 경험 전체를 설계하려 했다.
또 한 친구는 헤드헌터의 고충에서 출발해 B2B SaaS를 제안했다.
억지로 나눈 게 아니다. 각자 자기가 잘 보는 자리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간 거였다. 그건 본인이 잘 개발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했고 실제 유저로서 느끼는 감각으로, 또 시장의 기회로도 판단하여 가지고 온 결과였다.
처음엔 이걸 "다르다"고만 봤다. 지금은 다르게 읽는다. 아, 우리 이런 강점을 가진 팀이구나. 그렇게 읽으니 이 과정이 유의미해졌다. 그리고 나도 보지 못한 시야를 가지고 그걸 서로 설명하는 과정에서의 방법을 찾아가며 눈높이를 맞추고 있구나 라는 감각이 다가왔다.
어느 미팅에서 친구들이 말했다. "바닥에서 진짜 뭘 만드는 거, 되게 어렵다."
혼자 그 순간이 벅찼다. 맞는 말이다. 당연한 말이다. 그 당연한 걸 친구들이 직접 느끼고 함께 고민하는 지점이 제품을 만드는 과정 그 앞단으로 같이 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부담이 줄어들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가짐과 함께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책임감이 더 커졌다.
그래서 요즘은 기능보다 싱크를 맞춘다.
지금 우리가 하는 건 같이 기능을 만드는 것 이상이다. 왜 이 일을 하는지 같이 전략을 세우고, 같은 이해도를 맞추는 일에 가깝다.
내가 평소 공부한 걸 인풋으로 던지면 친구들이 온전히 받아준다. 그러면서 서로의 이해도가 조금씩 맞아 들어간다. 직군이 다 다른데도 개발자, 디자이너, 엔지니어 "아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면서 시야가 포개진다. 그러면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원리 원칙이 하나씩 생긴다.
164편에서 썼던 x100. 유저의 관성을 깨려면 x10으론 부족하다던 그 이야기. 그게 이제 우리가 만들고 싶은 제품의 원칙이 됐다. https://brunch.co.kr/@103ab3ed4f1f4f6/164 사실 이 글은 우리의 회의록인것이다.
제품은 없다. 그런데 방향은 찾고 있다.
제로투원은 시장이 보여주기도 하고, 전략으로 길을 잡을 수도 있고, 레퍼런스로 더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남는 건, 만드는 사람이 어떤 지점을 믿고 밀고 나가는 힘이다.
그 힘이 혼자일 땐 막막했다. 같이 믿으니 조금 단단해졌다. 진심으로 마음으로 의지하게 되었고 내가 부족해도 친구들이 매꿔줄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건 제품이 아니라, 같은 곳을 보는 팀인지도 모른다. 제품은 그 다음에 나올 거다. 내가 방향을 찾는 방법은, 함께 하는 방법이었다.
오늘도 같이 문제를 풀어주고 고민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