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서비스가 시장에 진입하려면 x10의 경험이 필요하다. 기존 경험 대비 10배 나아져야 비교 테이블에서 일단 살아남는다. 피터딜(Peter Thiel)은 제로투원에서 이렇게 말했다.
"Once you're 10x better, you escape competition."
10배 더 나아질 때, 비로소 경쟁에서 벗어난다.
그런데 살아남는 것과 성공하는 것은 다르다. 살아남는다는 건 유저로부터 이거 좋네! 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근데 유저가 이거 좋네!라고 해도 자기의 생활로 끌어들어와서 계속 사용하는건 다른이야기. 여튼 성공한다는 건 유저가 기존 서비스를 닫고 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켜는 것이다. 관성을 깨야한다.
관성을 깨려면 x10으론 부족하다. 유저가 감각적으로 x100을 느껴야 한다. 기능적으로 10배 나아지는 것과, 유저가 10배 다르다고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특히 레드오션에서 이건 더 가혹해진다. 유저는 이미 한 번 와우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와우 베이스라인은 이미 올라가 있고, 그걸 다시 깨려면 더 큰 와우가 필요하다. 블루오션이라 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카테고리는 새로워도, 유저는 다른 서비스에서 학습한 서비스 수준을 그대로 들고 와서 비교한다.
그리고 지금의 유저는 너무 많은 서비스를, 너무 높은 퀄리티로 만나보고 있다. 기준점 자체가 다르다.
관성을 깬 서비스들 도대체 어떤것일까?
쿠팡이 등장하기 전, 한국의 e-커머스는 이미 한 번 진화한 시장이었다. G마켓, 11번가, 옥션. 집에 앉아 주문하면 며칠 후 물건이 오는 경험. 그것 자체가 충분히 와우였고, 사람들은 익숙했고, 큰 불만 없이 썼다.
쿠팡은 그 와우 위에 더 큰 와우를 만들었다. 시장에서의 대단한 반항이었다. 오늘 시키면 내일 온다.
기능적으로 x10이었다. 며칠이 하루가 되는 건 정량적으로 5-7배의 단축이고, 여기에 무료 반품·자동 결제·앱 UX까지 합치면 충분히 x10에 닿는다. 유저의 감각은 x100을 만들었다. 로켓배송을 경험한 사람들의 반응은 단순한 만족이 아니었다. 진짜 다음날 아침에 왔다고? 였다. 그 감각을 한 번 경험한 사람은 쿠팡을 벗어날 수 없다(나). 관성이 깨졌다.
토스도 같은 구조였다. 토스 이전, 모바일 뱅킹은 이미 진화한 시장이었다. 사람들은 공인인증서를 그 안에서 송금했다. 카카오뱅크가 한 번 흐름을 흔들었지만, 송금이라는 행위 자체엔 여전히 마찰이 살아있었다.
토스는 그걸 다 없앴다. 여섯 자리만 누르면 송금이 된다. 심지어 수수료 무료. 안쓸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기능적으로 x10이었다. 클릭 수가 1/5로 줄었고, 인증서 OTP 보안카드라는 마찰을 아예 없애버렸다. 유저는 송금이라는 행위에 들어간 모든게 없이 송금을 경험한것. 그게 x100을 만들었다. 또 관성을 깼다.
ChatGPT는 20년간 절대 표준이었던 Google 검색 위에 찾는다가 아닌 답한다라는 와우를 만들었다.
삼쩜삼은 더 어려운 상대를 골랐다. 그냥 안 함이라는 관성이다. 환급받을 돈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던 유저들에게 당신 통장에 N십만 원이 더 꽂힐 수 있다, 클릭 한 번이면 된다는 와우를 던졌고, 사람들은 처음으로 세금이라는 영역에 손을 댔다. 사실 처음에는 세금인지도 몰랐다. 내가 받을 돈이 있어? 라고 하는 유저의 시장 이해도를 맞춰 유저와 커뮤니케이션 했고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아무것도 안하고 모르던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이라는 것도 알려준 서비스다.
모두 같은 패턴이다. 기존 시장의 와우 베이스라인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서비스만, 유저의 관성을 깨고 들어왔다. 시장을 개척하는 stage의 위치가 달랐다. 단순히 기존 서비스를 대체해서 시장을 비집고 들어간다? 아니다 새 판을 그렸다.
나는 이걸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최근 또 직접 겪었다.
유저의 불편함을 하나하나 개선했다. 마찰을 줄였고, UI를 다듬었고, 흐름을 단순화했다. 유저들로부터 우와 이거 좋네!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옮겨오지 않았다. 다시 자기 익숙한 도구로 돌아갔다.
그때 알았다. "좋네"는 x10이 통했다는 신호고(사실 내가 만든건 x1.5정도), "갈아탔다"는 x100이 통했다는 신호다. 두 신호 사이의 거리가 관성의 두께였다. 나는 x100을 만든 게 아니었다.
회사에서 제로투원을 할 때도 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기존 서비스의 불편함을 잘 정리해서 "더 나은 버전"을 만들면, 유저들은 "이거 좋네"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자기 익숙한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만드는 데 쓰는 시간보다, 폭발적인 경험을 설계하는 데 쓰는 시간이 늘었다.
이제 만드는 속도는 default다. 어떤 PM이든 빨리 만들 수 있다. 깊이가 차별화다. 아이폰을 디자인한 Apple 전 최고 디자인 책임자 Jonathan Ive는 이렇게 말했다. "It's very easy to be different, but very difficult to be better." 다른 것을 만들기는 쉽다. 더 나은 것을 만들기는 어렵다.
시장에 다른 것을 던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유저의 관성을 깨는 더 나은 것을 만드는 일은, 깊이 고민한 사람만이 한다.
시장을 정확하게 찌르고, 폭발을 만드는 것.
그게 x10이 아니라 x100을 설계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