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냐 · 주간 콘텐츠

0에서 1을 만드는 팀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

셩PM · 2026-05-22
새로운 성공의 형상을 정의내리는 과정에서 쓰는 글

피터 틸(페이팔 공동창업자이자 전 CEO, zero to one의 저자)은 0에서 1을 만드는 일과 1을 n으로 키우는 일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과, 이미 있는 것을 복제하고 확장하는 것. 우리가 책에서 자주 듣는 0→1의 이야기는 대부분 창업자의 이야기다. 어떤 비전을 가졌고, 어떤 위험을 감수했고, 어떻게 시장을 보았는지.


그런데 나는 다른 질문이 더 궁금하다. 0에서 1을 만드는 팀의 구성원은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창업자는 아니지만, 1→n 단계의 평범한 직원도 아닌, 그 사이의 누군가. 그게 지금 내가 매일 답을 갱신하고 있는 질문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1→n의 디폴트로 학습되어 있다. 매니저가 일을 정의해주고, 본인은 그 정의된 일을 잘 수행한다. 부족한 점은 매니저가 피드백으로 짚어준다. 정기적인 1on1이 있고, 위에서 정리되어 내려오는 OKR이 있다. 이 모델은 회사가 어느 정도 규모와 안정성을 갖춘 1→n 구간에서는 합리적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이 디폴트를 그대로 들고 0→1 단계의 팀에 들어가면 팀이 멈춘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매니저 한 사람이 팀 전체를 떠받치다가 무너진다. 빠르게 0에서 1을 만들어야 하는 단계에서, 매니저 한 명이 다섯 명의 일을 정리하고 점검하는 모델은 작동하지 않는다. 소수의 사람이 떠받치고 있는 기존의 구조도 안된다는 말이다.


0에서 1을 만드는 팀에서 구성원은 사실상 작은 창업자에 가깝다.

직책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일하는 방식의 디폴트가 다르다는 뜻이다. 본인이 어느 부분에서 부족한지를 스스로 진단하고, 시장에서 제3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역량을 본다. 어떤 역량을 끌어올려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한다. 매니저는 도와줄 수 있지만 출발점이 매니저여서는 안 된다. *여기서 착각하면 안되는것 무조건 주장을 앞세워서 목소리만 크게 내라는게 아니다. 지금 우리가 뭘 하는지 왜 하는지 알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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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가 작동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PayPal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2002년 eBay에 매각될 당시 PayPal의 직원은 약 220명이었다. 이들 대부분이 이후 4년 안에 회사를 떠났고, 자기 회사를 만들거나 다른 회사의 핵심 인물이 됐다. LinkedIn, YouTube, Yelp, Tesla, SpaceX, Palantir 우리가 아는 회사들의 상당수가 이 220명에 있던 사람들이 만들었다. (창업자가 아니였다)


페이팔 마피아라는 별명은 보통 이들이 서로 투자하고 협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가리키지만, 본질은 그보다 앞에 있다고 본다. 이들이 모두 자기 회사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PayPal에 있을 때부터 이미 그런 방식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검사를 기다리지 않고본인이 진단하고 결정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모드

0→1 팀의 디폴트가 그런 식이기 때문에 그 안에 있던 사람들 각자가 이미 작은 창업자였고, 회사를 떠나서도 그 모드를 그대로 이어서 다음 회사를 만들 수 있었다.


이렇게 일하면 불안하다고 느낄 수 있다.

내가 발견한 것은, 불안은 대부분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고 있을 때 찾아온다는 것이다. 알려고 하지 않을 때, 누군가에게 의지하면서 다음 지시를 기다릴 때. 이 불안은 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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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와 길게 대화를 나누면 일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건 일이 아닐 수 있다.

불확실성에서 오는 본질적인 불안은 다르다. 큰 결정을 앞두고 느끼는 무게, 책임의 무게에서 오는 긴장. 이건 일의 일부이고, 필요하면 같이 풀면 된다. 다만 "내가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답답하다" 류의 방치형 불안은 본인이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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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불안함이 생긴다면 공부해라

그건 zero to one이 뭔지 모르고 이 시점에서 생기는 일들이 뭔지 무지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일 수 있다. 그럼 공부하면 된다. 뭘해야하냐 묻기에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깔리고 깔린게 좋은 예시들이다. 관심을 갖고 내가 알아야하는 것을 스스로 학습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모든 것의 출발점은 메타인지다.

나는 누구인가.

내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가고 싶은 커리어와 이 팀의 방향은 맞물려 있는가. 맞지 않는다면, 이 팀과 내가 함께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상황인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사람에게는 불안에 잠겨 있을 시간이 없다.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와서, 나는 내가 어떻게 일할 것인지를 다시 정의했다.

나는 지금 zero to one의 단계에 있다. 그리고 그 방향을 새로운 시장에서 다시 찾아가고 있다. 그 과정 더 큰 성공을 위해서 내가 나의 일의 방식을 정해봤다.

내 영역의 부족함은 내가 진단하고 채운다. 검사를 기다리지 않는다. 내 역할이 팀의 방향과 어떻게 맞물려야 하는지 끊임없이 판단하고 조정한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역량이 필요한 일이라면, 빠른 시간 안에 그 역량을 만들어낸다.

결정이 필요한 일은 내가 결정하고, 결정한 다음 결과를 공유한다. 사전 허락을 받기 위해 시간을 쓰지 않는다. 방향이 틀렸다면 가시화된 결과를 가지고 다시 논의하고 커밋한다. 일의 진행은 최대한 팀원에게 보이도록 만든다.

답답하거나 불안할 때, 그것을 일처럼 들고가지 않는다. 스스로 풀거나, 궁금하면 먼저 물어보고 알아본 다음, 풀린 결과를 공유한다. 매니저가 짊어지고 있는 일 중 내가 가져올 수 있는 게 있다면 가져온다.

그리고 매니저에게는 이렇게 요청한다. 내 일을 검사하지 말고 결과를 보고 피드백을 달라. 넘길 수 있는 책임이 있다면 명확히 넘겨달라 "00가 결정한다"의 형태로. 그 책임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우리 팀의 성장과 서비스의 결과로 그것이 되돌아와야 한다고 커밋한다.

한 가지 더 의식해야 할 것이 있다. 매니저의 불안이 마이크로매니징의 형태로 팀에 내려오지 않아야 한다. 이건 부탁이라기보다 같이 살펴야 하는 지점이다. 마이크로한 지침을 내리고 싶을 때, 그 출처를 자문해볼 수 있다고 본다. 통제하고 싶은 것인가. 위임이 어려운 것인가. 팀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인가, 개인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인가. 너무 당연한 것에 가이드를 잡고 있지는 않은가. 코딩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파이썬이 뭔지 가르치고 있지는 않은가. 그게 정말 매니저가 해야 할 일인가. 이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구성원으로써 경계하고 개선해야하는 것도 책임이 있는 일이다.


이게 내가 어떻게 일할지에 관한 결정이지만, 조직이 함께 커밋하고 움직여야 이 폭발력이 커진다고 생각해서 적어보는 글이다. 팀원 한 명 한 명을 매니저가 살피는 게 중요한 조직 단계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 zero to one에서 그러면 안된다는 뜻이다. 동시에 zero to one 의 디폴트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조직과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면, 초기 팀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어떤 동선으로 움직였고, 어떤 문화를 만들었는지가 모두 학습 대상이라고 본다. 업무 역량뿐 아니라 조직 문화까지. 인상이나 짐작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인 케이스와 패턴 수준에서. 과거 경험을 다시 꺼내는 게 아니라, 지금 환경에 맞는 새로운 학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5명이 1조 원의 기업가치를 만드는 시대다. 동시에, 5명이 100만 원의 가치도 못 만드는 팀도 있다. 차이는 인재의 절대적 수준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그 다섯 명이 어떤 디폴트로 일하느냐에서 갈린다. 전자의 팀이 되고 싶다.

쉽지 않다. 매일 이 기준에 부족하다. 하지만 나는 이 서비스에서의 성공이 간절하다. 진심으로 성공하기를 바라고, 그래서 온 마음을 다하고 필요한 것들을 나열하고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이 시간은 후회 없을 것 같다.

지금 당장 하나만 해야 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10년 후, 30년 후에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선택은 무엇인가. 그 답을 매일 갱신하는 과정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