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ge라는 서비스를 다시 보게 됐다. 자기 슬로건을 삭제되도록 설계되었다(designed to be deleted)고 말한다는 점, 그리고 그 말이 마케팅 카피가 아니라 실제 제품 운영의 기준으로 들어가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것부터 알고 들어가자! designed to be deleted
이 말은 마케팅 카피가 아니다. 제품 원칙이다. 매칭 앱은 보통 유저가 오래 머무는 걸 목표로 한다. DAU, 세션 시간, retention. 우리가 흔히 좋다고 부르는 지표들이다. 더 자주 들어와야 하고, 더 오래 머물러야 하고, 더 많이 매칭되어야 한다.
힌지는 유저가 빨리 떠나는 게 성공이다. 매칭이 되고, 인연이 이어지면 앱을 지운다. 그게 이 서비스의 정답이다. 그리고 떠난 유저가 친구한테 나 여기서 만났어라고 말한다.(레퍼럴) 그게 다음 유저를 데려온다.
Hinge는 왜 만들었을까?
창업자는 Justin McLeod. 2012년에 시작했다. 본인이 진지한 관계를 찾다가 다른 매칭 앱들에 지쳐서 만들었다는 얘기다. 사실, Hinge는 스와이프 앱이었다. Tinder 따라가는 2등이었다.
그러다 2015년에 스와이프 문화가 사람들을 얼마나 지치게 만드는지 다룬 글이었다. 미국에서 화제가 됐다. 창업자는 이걸 앱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2등도 대단한건데 다시를 결심하다니 대단하다 생각했다.
이때부터 모두 주목! 2016년에 스와이프를 버리고 유료 구독으로 바꾼다. 타깃을 좁힌다. 진지한 관계를 찾는 25-35세 여성, 28-38세 남성으로. 모든 밀레니엄 세대를 만족시키겠다. 라고 하지 않았다.
미디어 예산이 거의 없었다. 대신 Get Past the Games라는 영상을 만든다.(https://www.youtube.com/watch?v=FzfDGVJdpoU) 좀비처럼 무한 스와이프하는 데이터들의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이게 300건 넘는 기사로 이어졌다. 유료 모델로 재론칭한 후 6개월 만에 사용자가 두 배가 됐다.
내가 이 과정에서 좋아하는 부분이 있다. 기능을 더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스와이프라는 기존 핵심 기능을 빼버렸다. 무료라는 진입 장벽을 일부러 높였다. 더하는 게 아니라 빼는 리브랜딩이 변곡점이었다. WOW!
Hinge의 핵심 기능
프로필 프롬프트: "내가 가장 자랑스러운 것" "주말에 보통 뭐 해" 같은 질문 답변. 사진만으로는 매칭을 못 한다.
좋아요 제한: 무료 유저는 하루에 좋아요 8개. 무제한 스와이프를 못 한다.
We Met 피드백: 매칭되고 데이트 다녀온 다음에 Hinge가 묻는다. 실제로 만났는지, 어땠는지, 다시 만나고 싶은지. 이 데이터가 다음 추천을 만든다.
Most Compatible: 24시간마다 한 명을 따로 추천한다.
Roses: 평소 좋아요보다 더 강한 표현. 진짜 관심 있을 때 보내는 거.
어떻게 성장했는지 연도별로 뜯어보자
2012년 : 런칭. 페이스북 친구의 친구를 매칭. 처음엔 스와이프 앱이었다.
2016년 : 리브랜딩. 스와이프 버리고 유료 구독으로. 사용자 6개월 만에 2배.
2018년 : 더 큰 그룹에 인수된다. 별도 브랜드로 유지. 정체성은 그대로.
2019년 : Most Compatible 캠페인. 노벨상 수상 알고리즘으로 24시간마다 한 명 추천. 이 매치는 데이트 성사율 8배.
2021년 : 코로나 끝나면서 진지한 관계 수요 폭발. 매출 급증.
2024년 : We Met 피드백 루프 정착. 데이트 이후 결과까지 추적하는 매칭 앱.
2025년 : 매출 25% 성장, 유료 사용자 18% 성장. AI 프롬프트, 대화 시작 추천 기능 추가. (매출 거의 1조/ 유저3,000만)
그래서 이 서비스 돈은 어떻게 버는가?
구독. 기본 매칭은 무료다. 좋아요는 제한되지만 매칭은 된다. 더 원한다면 이제 결제를 해야한다.
HingeX, Hinge+는 한 달에 약 4.2만 원. 좋아요 무제한, 누가 나에게 좋아요 보냈는지 한 번에 보기, 키/정치 성향 같은 고급 필터. HingeX는 한 달에 약 7만 원. 여기에 프로필 우선 노출, 좋아요 우선 표시, 알고리즘 추천 강화가 추가된다.
인앱 결제. Roses, Boost 같은 일회성 아이템. Roses는 3개에 약 1.4만 원, 50개에 약 7만 원.
무료 경험을 잘 유지하지 않으면 유저가 떠난다. 매칭 앱의 핵심 가치는 결국 앱 위의 다른 사람들이다. 핵심 경험을(매칭) 막으면 다 무너진다는 거다. 그래서 유료 기능을 필요하지 않지만 더 좋게 만드는 것으로만 제한한다고 한다. (창업자) 그리고 이걸 13년을 지켰다.
이 서비스는 왜 이렇게 컸을까, 왜 사람들은 아직도 힌지를 사랑할까
매칭 앱은 대부분 매칭 수, 메시지 수, 세션 시간을 본다. 힌지는 We Met을 본다. 실제로 만났는지. 다시 만나고 싶은지. 매칭의 양이 아니라 매칭의 결과를 본다. 같은 도메인이더라도 다른 지표를 보면 다른 제품이 나온다.
마찰을 일부러 넣었다. 좋아요 제한, 프롬프트 강제, 무한 스와이프 없음. 다른 매칭 앱이 무한대로 갈 때 Hinge는 제한으로 갔다. 더 편하게가 아니라 더 제한적인 경험. 이게 진지한 관계를 찾는 유저를 모았다.
삭제(이탈)을 위해 만들었다. 이탈이 바이럴을 만들었다. 이거 진짜 미쳤다.
피드백 루프. 매칭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만남 이후까지 추적한다. We Met 데이터가 알고리즘에 다시 들어간다. 유저의 이탈을 위해 다시 유저의 데이터를 쌓는다.
Hinge를 공부하고 셩PM이 얻은 것
지표를 다시 정의할 수 있다. 우리 서비스의 성공의 형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봐야한다는 뜻이다. 유저의 경험에서는 매칭 서비스의 성공은 앱 밖에 있다. 우리가 보는 지표가 정말 우리 서비스의 본질을 측정하고 있는지, 다시 묻게 됐다.
기능을 빼는 리브랜딩의 힘. 힌지는 스와이프를 뺐다. 핵심 기능을 뺐다. 근데 진짜 변곡점은 빼는 결정에서 나올 수 있다. 이거 PM으로서 가장 어려운 결정이다. 빼는 거.
마찰이 가치를 만든다. 좋아요를 제한하고, 프롬프트를 강제하고. 다른 매칭 앱이 무한대로 갈 때 Hinge는 일부러 막았다. 가끔은 더 제한하는 게 가치를 만든다.
피드백 루프를 끝까지 닫는 것. We Met 기능 하나가 이 서비스의 알고리즘을 다른 매칭 앱과 다르게 만든다. 단순 소개가 아니라 유저의 경험 끝까지 함께했다.
그리고 하나 더. AI 시대에 매칭은 어떻게 바뀔까. Hinge는 이미 AI 프롬프트, 대화 시작 추천을 붙이고 있다. 더 정확한 매칭, 더 좋은 대화. 근데 AI가 매칭에 얼마나 개입해야 유저가 받아들이는지는 아직 답이 없다. 무두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 같다.
여기까지 보고 나니까 오히려 궁금해진다. 13년 동안 designed to be deleted 원칙으로 운영해온 이 서비스의 다음 챕터는 뭘까. AI가 매칭에 서비스에, 유저의 경험에 얼마나 개입해야 힌지의 유저가 받아들일까. 그 과제를 풀어가는 힌지를 주목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