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mersion이라는 서비스를 보게 됐다. 작은 팀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유저의 기존 행동을 그대로 서비스로 가져왔다는 것에 눈길을 끌었다.
보통 학습 서비스는 유저에게 새로운 습관을 요구한다. 특히 교육 서비스일수록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이라는 키워드를 인지한 채로, 유저는 배우기 위해 매일 레슨을 풀고, 단어를 외우고, 퀴즈를 완료한다. Doomersion은 반대로 간다. 유저에게 새로운 학습 행동을 만들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유저가 이미 매일 하고 있는 행동, 즉 쇼츠를 넘겨보는 습관 위에 언어학습을 얹었다.
이번에는 서비스를 알아보기위해 창업자부터 살펴봤다.
Doomersion은 아직 거대한 조직이 만든 서비스가 아니다. YC 기준 직원 수는 4명으로 표시되는 극초기 팀이고, 창업자는 Mostafa Afr다. 이런 작은 팀일수록 제품에는 창업자의 문제의식이 더 직접적으로 보인다.
무엇을 문제라고 보는지. 어떤 유저 행동을 중요하게 보는지.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만들지 않는지. 이런 결정들이 큰 조직의 프로세스보다 창업자의 감각에 더 많이 좌우된다.
창업자를 보면, 먼저 언어 학습 경험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Arabic을 하며 자랐고, 고등학교 때 라틴어를 배웠고, 일본어는 유튜브, 앱을 통해 독학했다.
게임이라는 키워드를 추가로 발견했다. Pokémon Video Game World Championships에서 3위를 한 이력이 있다. 언어학습 앱 창업자에게 게임 이력이 있다는 점이 조금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서비스를 보면 오히려 흥미로운 연결점이 보인다. 이 서비스는 강의처럼 가르치기보다, 유저가 계속 넘겨보고 싶게 만드는 피드형 경험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부터 Doomersion을 만든 것도 아니었다. 이전에는 Langmates.ai라는 AI 기반 언어학습 서비스를 만들었다. AI 캐릭터와 대화하면서 외국어를 연습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서 한 번 새로운 학습 행동을 만들려고 시도했고, 이후 Doomersion에서는 방향을 바꿨다. 유저에게 새로운 행동을 요구하기보다, 이미 매일 하고 있는 쇼츠 소비 위에 언어학습을 얹는 방식으로 이동한 것이다.
Penn M&T 출신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Penn M&T는 University of Pennsylvania 안에서도 Wharton과 Penn Engineering을 함께 밟는 이중학위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매년 수천 명이 지원하지만 50~55명만 선발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좋은 대학을 나왔다”는 것보다, 이 사람이 꽤 강도 높은 학습 환경을 통과해왔다는 점이었다. 언어를 오래 배워봤고, 게임에서도 높은 수준의 성취를 해봤고, 학업적으로도 빡센 트랙을 밟아온 길이 보인다.
그래서 Mostafa를 보다 보니, Doomersion도 그냥 가볍게 나온 언어학습 앱이라기보다 서비스에서 창업자가 보였다.
Doomersion은 어떤 서비스인가
Doomersion은 한 줄로 말하면, 외국어 숏폼 영상을 내 수준에 맞게 계속 넘겨보는 언어학습 피드다. 유저는 앱에 들어가서 짧은 영상을 본다. 모르는 표현이 나오면 자막이나 설명을 확인하고, 다시 다음 영상으로 넘긴다. 공식 설명에서도 Doomersion은 타깃 언어의 짧은 영상 피드를 유저 레벨에 맞게 보여주고, 볼수록 점점 어려워진다고 설명한다.
이 서비스가 흥미로운 건 언어학습을 레슨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통 언어학습 앱은 오늘의 학습량을 제시하고, 유저가 문제를 풀고, 정답을 맞히고, 진도를 나가게 만든다. Doomersion은 그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유저에게 “오늘 공부할 것”을 주기보다, 유저가 이미 익숙한 피드 경험 안에서 외국어 콘텐츠를 계속 보게 만든다. 학습의 형식을 강의나 문제풀이가 아니라 유저의 기존 행동,피드를 넘기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MVP에서 현재 기능까지
Doomersion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건 현재 기능 자체보다, 기능이 붙은 순서였다.
출시 초기의 가설은 단순해 보인다. (MVP스펙 업데이트 기준으로 파악해봄)
외국어 쇼츠를 내 수준에 맞게 보여주면, 사람들이 계속 넘겨볼까?
App Store 기준 v1.0은 2026년 1월 28일 출시됐다.
이후 2월 업데이트에서는 텍스트 스캔으로 정의를 확인하는 기능, 특정 영상에 대해 질문하는 기능, 온보딩과 로딩 개선이 붙었다.
3월에는 피드 영상 품질, 잘못된 언어 영상 노출, latency, 추천 개선이 이어졌다.
처음부터 퀴즈, 단어장, 커뮤니티, AI 튜터를 다 넣은 언어학습 앱이 아니었다.
이후 업데이트는 그 루프를 보강하는 방향으로 붙었다. 이해가 막히면 스캔과 질문 기능을 붙이고, 피드가 별로면 영상 품질과 추천을 고치고!
Doomersion은 완성형 언어학습 앱으로 시작했다기보다, 피드 소비를 먼저 검증한 서비스에 가깝다.
이 흐름이 흥미롭다. Doomersion은 처음부터 완성형 언어학습 앱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외국어 피드를 계속 소비하면서 학습하는 경험의 최소 루프를 먼저 검증한 서비스에 가깝다.
유저가 이미 하던 행동(영상보기)을 끊기지 않게 만들고, 학습에서의 막히는 순간마다 (=일시정지) 그 안에서 학습을 해결할 수 있게 만든것이다.
듀오링고와 살짝 비교해본다.
Doomersion을 보면 자연스럽게 Duolingo가 떠오른다. 둘 다 언어학습 서비스지만, 던지는 질문은 다르다. Duolingo는 공부를 게임처럼 만든 서비스다. 레슨, 퀴즈, streak 같은 장치로 유저가 매일 공부하게 만든다. Doomersion은 반대로, 공부를 더 게임처럼 만들기보다 사람들이 이미 하고 있는 피드 소비 안에 학습을 넣는다.
Duolingo는 공부를 게임처럼 만들었다.
Doomersion은 쇼츠 소비를 학습처럼 만들려고 한다.
Duolingo는 이미 글로벌 플랫폼이고, Doomersion은 아직 초기 서비스다. 그래서 Doomersion을 언어학습을 피드 경험으로 바꿔보려는 또 다른 시도로 보는게 적당하지 않을까?
아직 검증해야 할 것들
Doomersion이 듀오링고의 규모를 이길 수 있는 서비스가 될지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
첫 번째는 학습 성과다. 쇼츠를 오래 본다고 해서 반드시 언어를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보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실제 언어 실력 향상까지 증명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두 번째는 피드 품질이다. 피드형 서비스는 결국 계속 볼 만해야 한다. 영상이 재미없거나, 내 수준과 맞지 않거나, 언어 매칭이 어긋나면 유저는 금방 이탈한다. 많은 영상보다 내 수준에서 계속 볼 만한 외국어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에 있다.
세 번째는 콘텐츠 소싱이다. 외부 숏폼 콘텐츠를 활용하는 구조라면, 서비스가 커질수록 저작권이나 플랫폼 정책 이슈도 중요해질 수 있다. 초기에는 제품 검증이 우선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콘텐츠 확보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내가 얻은 것
서비스가 꼭 새로운 행동을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교육 서비스는 쉽게 유저에게 새로운 습관을 요구한다. 매일 들어와야 하고, 정해진 레슨을 끝내야 하고, 퀴즈를 풀어야 한다. 물론 이런 방식도 강력하다.
하지만 Doomersion은 다른 방향을 본다.유저는 이미 매일 무언가를 하고 있다. 쇼츠를 넘겨보고, 피드를 소비하고, 짧은 콘텐츠에 몰입한다. 이 서비스는 유저의 행동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행동을 그대로 가져온다. 그리고 그 위에 외국어 콘텐츠, 자막, 질문, 난이도 조절 같은 학습 장치를 얹는다. 이게 이 서비스의 가장 영리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팀이 빠르게 움직일 때 중요한 건 기능을 많이 만드는 게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건, 유저가 이미 하고 있는 행동을 얼마나 정확하게 보는가다.
무엇을 새로 만들지
무엇을 굳이 만들지 않을지
어떤 행동을 그대로 가져올지
Doomersion은 언어학습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든 서비스라기보다, 이미 하고 있던 행동을 학습처럼 바꿔보려는 서비스이고 내가 선호하고 제공하고 싶은 유저의 경험이다. 그게 내가 이 서비스를 스터디하게 된 이유고 서비스 스터디를 정리하는 지금, 좋은 서비스의 초기를 발견한 것 같다라고 느껴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