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편이다. 1편 안 봤으면 1편부터 보고 오면 이해가 쉽다. https://brunch.co.kr/@103ab3ed4f1f4f6/153 거기서 내가 지금 AI를 어느 단계에서 쓰고 있는지 보는 얘기를 했다. 업무 활용 범위에서의 1단계부터 4단계까지, 그리고 그 단계를 가르는 진짜 레버는 "AI를 사고 파트너로 쓰는가"라는 내용이었다.
자, 그러면 이제 이력서를 쓰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겠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면, AI 시대의 이력서는 B2B SaaS 경력 기술처럼 쓴다. 근데 쉽게쓰려한다. 이력서는 철저하게 보는 사람을 위한 문서이고, AI라고 하는 키워드의 이해도는 오늘날,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가장 쉬운 언어는 모두를 설득할 수 있다. 나는 가장 쉽게 쓴다.
근데 B2B SaaS 경력 기술은 다르다. 어떤 문제를, 어떤 시스템과 도구로, 어떤 워크플로우로 풀었는지가 핵심이다. 결과물이 시스템이고, 그 시스템이 어떻게 굴러가게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AI 시대의 이력서(AI경력기술은) 이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오늘기준! 가장중요한 포인트) 더 이상 직군에서 무슨 일 했어요가 아니다. AI를 옆에 두고 어떤 시스템과 흐름을 만들었는가가 핵심이 된다.
그래서 1편에서 말한 4단계가 그대로 이력서 항목이 된다.
팀의 관점이 아니라 나의 역량 관점에서의 예시들을 말해본다. (1단계 생략)
2단계 : 내 일에 시키는 단계
엑셀 작성, 회의록 정리, 보고서 초안. 일상 업무에서 AI에 시킨다. 빨라진다. 정확한 시간 측정은 어렵다. 근데 체감상 적어도 절반보다 더 줄었다.이건 사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적을 가치가 있다. 어떤 일을 AI에 맡길 수 있는지 판단하는 감각 자체가 역량이기 때문이다. 다 적을 필요는 없고, 어떤 종류의 일을 어떻게 AI에 넘기는지 한두 줄 정도면 된다.
3단계 : 내 일의 범위가 넓어지는 단계
원래 PM은 마케팅, 운영, DA역할을 깊이 하지 않는다. 그쪽 전문가가 따로 있으니까. 근데 AI랑 같이 일하면서 그 영역들을 공부하면서 넘어갔다. 마케팅 카피를 직접 써보고, 운영 데이터를 직접 분석해보고. 모르는 영역이지만 AI가 같이 사고해주니까 진입이 가능했다. 이건 직군 칸에 안 들어가는 일이다. 근데 내가 풀 수 있는 문제의 범위에는 들어간다. 그래서 이력서엔 직군 옆에 따로 풀어 적어야 한다. 근데 이게 다 AI가 있어서 가능했다. 그래서 난 AI역량으로 바라본다.
4단계 : 시스템에 영향 주는 단계
업무에서 배포를 직접 해보고 있다. 다는 아니지만, 일부는 딸깍 한 번에 되도록 만들어놨다. 더 중요한 건, 내 업무 프로세스가 시스템 안에 쌓이고 있었다는 거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흐름이다. PRD를 쓰고, 개발이 끝나면 (내가 완료되었다고 말해줘야함) 최종 스펙으로 PRD를 다시 업로드하고, 출시 후 모니터링하고, 데이터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리포트를 낸다. 이게 PM의 거의 모든 일이다. 이걸 흐름 하나로 묶으려고 했다.
근데 데이터를 자동으로 불러오는 단계에서 막혔다. 보안 정책상 시스템이 직접 데이터에 접근하는게 복잡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 막힌 부분만 내가 수동으로 넘기게 두고, 나머지 흐름은 다 살렸다. 내가 데이터를 따로 내려서 시스템에 넣어주면, 분석부터 인사이트, 리포트까지가 한 번에 돌아간다. 완전 자동은 아니지만, 전체 시스템이 죽지 않는다.
이게 4단계의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자동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막힐 데가 있다는 걸 알고도 시스템을 살아 있게 굴리는 것. 막혔다고 멈추는 게 아니라, 막힌 부분을 사람이 채울 노드로 둔다. 그리고 보안 풀리는 날이 오면 그 노드만 바꿔 끼우면 된다. 그래도 더 가고 싶었다. 보안에 막히지 않고, 권한에도 막히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걸 팀원들이 같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도 구축중이었음) 그래서 사이드프로젝트라는 카드를 사용했다.
5단계 : 권한도 문제 없는 시스템 만들기
사이드에서는 다 해볼 수 있다. 권한 없이, 보안 막힘 없이. 회사 안에서 갈 수 있는 데까진 가본다. 막히면, 막힌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사이드로 도모한다. 거기서 검증해보고, 다시 가져온다.
이곳에서는 보안 문제 없이 내가 기획도, 개발도, 배포도, 분석도, 과정에서의 다양한 실험들도 다 해보고 있다. 나만의 도화지가 있는 거다.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는 직군 상관없이 서로 아이디어를 내서 해결한다. 개발의 안정성도 디자인의 일관성도 기획의 방향성도 전부.
그리고 이 과정을 나 혼자 하면 성장 속도가 더뎠을 거다. 의지가 높은 친구 네 명이 R&R도 다 다르게 모여, 각자의 시야에서 시스템을 만들다 보니 매주 두 번의 회의가 밀도 높게 굴러간다. (나의 자랑들)
이전에는 회사에서 한 일이 메인이었다. 사이드는 부록이었다.
근데 지금은 다르다. AI가 사이드 프로젝트의 진입장벽을 거의 다 부숴놨다. PM이 코드를 짤 수 있고, 마케터가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고, 디자이너가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다. 회사가 못 푸는 걸 혼자서, 혹은 몇 명이서 풀어볼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AI 시대의 이력서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는 부록이 아니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려주는 증명이 될 수 있는 시점(시대)다.
근데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한 발 더 나가야 한다. (최종 결론 집중!!)
지금까지 한 얘기 4단계, 5단계, 사이드 프로젝트 이 모든 게 이력서에 적을 재료다. 근데 재료가 많다고 이력서가 잘 써지는 게 아니다.
이력서는 결국 내가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인지 서술하고, 보는 사람을 설득하는 문서다. 그게 본질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AI가 들어와도, 이 본질은 안 변한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건 이걸 누구한테, 어떻게 보여주느냐다.
그러면 어떻게 써야 할까? 한 가지 정답이 있을까? = 없다.
그래서 이력서는 더 이상 형식이 아니라 조립이다. 조립의 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 회사 JD에 맞춘다. 내가 한 일 전부를 욱여넣는 게 아니라, 이 회사가 찾는 사람에 맞는 재료만 골라서 코스를 짠다.
둘째, 보는 사람의 AI 이해도에 맞춘다. 어떤 회사는 4단계, 5단계 일을 한 줄만 봐도 알아본다. 어떤 회사는 아무리 풀어 써도 못 알아본다. 그러면 같은 경험을 적어도 회사마다 풀이의 깊이가 달라져야 한다. AI에 익숙한 회사에는 짧게 핵심만, 익숙하지 않은 회사에는 이게 왜 의미 있는 일인지까지 풀어 적는 식으로.
그래서 결국 두 가지를 동시에 본다. 이 회사가 누구를 원하는지, 그리고 이 회사가 어디까지 알아듣는지. 거기 맞춰서 코스가 달라진다. 재료는 똑같다. 근데 누구한테 내느냐에 따라 코스가 달라진다.
여기서 진짜 핵심이 있다.
AI 이력서를 쓴다는 건 나 AI 잘 써요를 뽐내는 게 아니다. 그 회사가 풀고 싶은 문제에 내가 AI로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거다. 그래서 JD를 잘 읽어야 한다. 이 회사가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지, 어디서 막혀 있는지, 어떤 사람을 찾고 있는지. 그걸 정확히 본 다음에, 내 재료 중에서 이 문제에 맞는 것들을 골라 조립한다.
이력서는 내 자랑을 위한 문서가 아니다.
회사의 문제를 풀 사람을 보여주는 문서다.
이게 사실 AI 시대만의 얘기가 아니다. 원래 이력서가 그런 문서였다. 단지 AI 시대에는 내가 가진 재료가 더 많아졌고, 보는 사람의 이해도가 더 다양해졌다. 그래서 조립이 더 중요해진 거다. 그리고 내 역량을 어떤 단어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 그게 정의내려지지 않는 상태에서 상대를 설득하는게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평소에 내가 어떤일을 하고 있는지 그걸 사람들에게 설명하려면 어떤 단어로 설명해야하는지 고민을 많이 해봐야한다.
그러면 두 달 전의 나는 틀렸나.
잘 모르겠다. 그땐 그 기준이 맞았다. 지금은 다른 기준이 맞다. 두 달 뒤엔 또 다를 수 있다.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틀렸건 맞았건, 오늘의 기준으로 나를 계속 체크하는 것. 그게 진짜다.
AI 시대의 이력서를 쓴다는 건 결국 그거다.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뭘 할 수 있는지, 뭘 못 풀고 있는지 그걸 오늘의 기준으로 들여다보고, 상대 회사의 문제에 맞춰서 다시 조립해보는 작업.
그래서 이력서는 이직할 때만 쓰는 게 아닌 것 같다. 가끔씩, 자기를 체크하려고 써보는 거다. 두 달 전의 내가 지금의 나한테 머쓱한 것처럼, 두 달 뒤의 내가 또 지금의 나한테 머쓱해질 것을 확신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