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냐 · 주간 콘텐츠

AI시대의 이력서 작성하기 1편

셩PM · 2026-05-17
AI 시대의 이력서, 결국 AI로 쓰기로 했다

두 달 전쯤, 나는 이런 글을 썼다.

"이력서, 포폴은 AI 안 쓰고 직접 쓸게요." 나는 AI 맹신론자지만, 이력서랑 포폴은 손으로 쓰겠다고. 깊이가 안 생긴다고, AI 티가 난다고, 면접에서 막힌다고. 근데 두 달 만에 생각이 바뀌었다.


이력서고 뭐고 다 AI로 할 거다. 디자인도, 내용 정리도, 다. 두 달 전의 나한테 좀 머쓱한 얘기다. 근데 두 달 사이에 내가 AI를 쓰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거기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지금 나는 AI가 너무 좋다. AI덕질중)

Gemini_Generated_Image_gmcjiggmcjiggmcj.png


원티드가 얼마 전에 채용 트렌드 리포트를 냈다.

인사 담당자 153명한테 물었더니, 2026년 인재상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 4위가 'AI·데이터 활용 역량'이었다. 직무 전문성, 팀워크, 조직 기여 의지 다음.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AI를 활용해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가 인재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12월 8일에 공개 / https://v.daum.net/v/20251208161412362)


근데 진짜 이상한 건 따로 있다.
채용 시장은 이렇게 바뀌었는데, 사람들 이력서는 그대로다.

Gemini_Generated_Image_u0byw1u0byw1u0by.png

채용 시장은 이렇게 바뀌었는데, 사람들 이력서는 그대로다. 요즘 바빠서 많이 못봐드리지만 가끔 이력서 피드백을 드리곤 한다. 다섯 장을 봐도, 열 장을 봐도, 이전에 봤던 이력서랑 거의 똑같다. 회사명, 직군, 재직기간, 그 안에서 한 프로젝트들.


AI 얘기는 거의 없다. 기업은 AI 활용 역량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데, 지원자는 자기가 그걸 어떻게 쓰는지 안 적는다. 미스매치다. 양쪽 다 손해 보는 미스매치. 왜 안 적을까.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적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 ChatGPT한테 메일 다듬어달라고 하는 거,

그거 별거 아니라고 본다. 또 하나는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모른다. AI 활용 역량 이걸 한 줄로 어떻게 풀지.

근데 이건 4월에 내가 썼던 그 얘기랑 똑같다. 내 냉장고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거. 분명히 있는데, 안 꺼내본 거다. 그래서 적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게 있다. 내가 지금 AI를 어떻게 쓰고 메타인지 해봐야한다.


내 나름대로 4단계로 나눠봤다. *셩PM 기준

Gemini_Generated_Image_r41bdbr41bdbr41b.png

1단계 : 안 쓰거나, 써봤는데 별로였던 단계
회사에서 막아놨거나, 한두 번 써봤는데 기대만큼 안 나와서 손 뗀 사람. AI 별로던데 하고 멈춘다. 내 일은 내가 하는 거지, 라는 감각이 강하다. 주로 웹 기반으로 몇번 쓰거나 검색 대용으로 사용한다.

2단계 : 내 일에 시키는 단계
AI한테 메일 다듬어달라, 요약해달라, 초안 써달라고 한다. 빨라진다. 어떤 일에 AI가 잘 듣는지 감이 있다. 근데 결과물의 주체는 여전히 'AI가 만든 걸 내가 다듬는' 구조다. 내가 다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내 손이 빨라진 거다. 여기서 멈추는 사람이 제일 많다. 그리고 솔직히, 여기서 멈추면 이력서에 진짜 적을 게 없다. ChatGPT 활용 경험이 한 줄로 끝나는 이유.

3단계 : 내 일의 범위가 넓어지는 단계
원래 내 일이 아니던 영역을 한다. 마케터가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PM이 데이터 분석 스크립트를 돌리고, 디자이너가 카피를 쓴다. 직군의 벽이 흐려진다. AI가 옆 직군의 지식을 채워주니까 내 일의 범위가 넓어진다.

4단계 : 나의 시스템화, 팀의 시스템화
내 일을 잘하는 걸 넘어서, 흐름을 짠다. 워크플로우를 만들고, 자동화를 짜고, 팀이 같이 쓸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내가 없어도 시스템이 돌아간다. 진짜 시스템 설계자. 이 과정까지 왔다면 대부분 AI가 뭔지 에이전트가 뭔지 기본 개념의 단어들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팀의 구조화까지는 병목이 있을 수 있다. 내 일이 구조화되어있나? 시스템화 되어있나?를 볼 수 있다. 그러면 내일의 집중된 영역이 직접 일을 하는 영역인지, 아님 의사결정에 집중되어있는지 확인해보면 된다.

근데 여기서 진짜 중요한 게 있다.

이 단계들이 순서대로 차례차례 올라가는 게 아니다. 1단계 사람이 2단계로 가고, 2단계가 3단계로 가는 그런 깔끔한 계단이 아니다. 이 모든 단계를 크게 돌리는 레버 하나가 있다.


AI를 사고 파트너로 쓰는가, 아닌가. (가장 중요/맛집 비밀 레시피)

나는 두 달 사이에 이게 바뀌었다. AI한테 시키던 사람에서, AI랑 같이 사고하는 사람으로. 이게 바뀌니까 모든 게 바뀌었다. 맥락을 먼저 깔아주고, AI한테 질문을 받고, 다시 생각하고, 답에 피드백을 주고, 거기서 내 생각이 더 정리된다. 결과물의 깊이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상하게, 다른 일을 할 때도 더 잘된다.

Gemini_Generated_Image_mak17imak17imak1.png

왜냐하면 사고 파트너가 있다는 감각 자체가 일하는 방식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2단계에서 멈추는 사람은 AI를 시키는 대상으로만 본다. 시키면 시킬수록 빨라지긴 하는데, 더 멀리 못 간다. 근데 사고 파트너로 쓰기 시작하면 3단계가 열린다. 옆 직군의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모르는 영역을 같이 사고해주니까. 그리고 그 감각이 익으면 4단계로 간다. 워크플로우를 짤 때도 이 흐름의 어디서 사람이 판단하고, 어디서 AI가 처리해도 되는가를 끝없이 같이 사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단계를 올라가는 비결은 AI를 더 많이 쓰는 게 아니다. AI를 어떻게 쓰느냐가 단계를 바꾼다. 그러기 위해서는 AI라는 객체를 공부해야하기도 한다.


자, 그러면 나는 몇단계인가 확인해보자.

1단계여도 괜찮다. 2단계도 괜찮다. 어디서부터든 위로 갈 수 있다. 근데 시작은 자기가 어디 있는지 아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이 보인다.


그리고 이력서에 AI 역량을 적는다는 건, 결국 내가 어느 단계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를 풀어내는 작업이다. 단계가 안 보이면 못 적는다. 보이기 시작하면 적을 게 많아진다.


다음 편에서는 이 단계를 이력서에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써보려고 한다. 그리고 두 달 전엔 직접 쓰겠다고 했던 내가 왜 AI랑 같이 쓰기로 했는지도. 그 사이에 뭐가 바뀐 건지. 두 달 전의 내가 들으면 놀랄 얘기다. 근데 지금 보면, 그때의 나도 틀린 건 아니었다. 단지 AI와 친해지며 알아가며 내가 사고하는 과정,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