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출신 창업자가, 데이팅앱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를 뒤집어서 만든 서비스다. 파면 팔수록 설계 철학이 명확하고, 기존 앱들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를 역으로 보여준다.
이 서비스 도대체 뭔데?
Sniffies는 게이 남성을 위한 크루징 앱이다. 맵 위에서 돌아간다.
유저가 하는 일은 심플하다. sniffies.com 웹에 접속한다. 나이 확인 버튼을 누른다. 맵이 뜬다. 끝. 앱 다운로드 없다. 회원가입 없다. 프로필 없어도 된다. 맵 위의 점이 되는 데 3초면 충분하다.
스와이프 없다. 알고리즘 매칭 없다. 맵이 곧 인터페이스이자 경험 전부다. 직원 29명. 부트스트랩으로 8년. 2026년 4월, 1,470억 원의 투자가 들어왔다. 모든것에는 이유가 있다! 가볍게 보고 뭐야~ 별거없네의 시선이 아닌, 왜!? 뭐가 매력적인건데!! 라고 소식을 바라보면 인사이트는 보석같이 숨어있다. 오늘의 보석 같이 캐보자!
출처 : sniffies 홈페이지
창업자는 누구야?
Blake Gallagher. 1981년생, 현재 44세.
Cal Poly SLO에서 건축공학 전공 글로벌 설계사무소에서 8년간 도시와 건물을 설계했다. 그러다 독학으로 코딩을 배워서, 혼자서 Sniffies를 만들었다. 첫 번째 스타트업이다.
CMO이자 공동 소유자인 Eli Martin은 광고 프로듀서 출신.
20대에 시작한 게 아니다. 각자 업계에서 8~10년씩 경력을 쌓은 뒤 30대 후반에 시작했다.
사람을 보여주는 세 가지 방법
데이팅앱을 뜯어보면 결국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사람을 어떻게 보여주느냐. 근데 어떤 프레임을 쓰느냐에 따라 경험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시장에 대표적인 세 가지 프레임을 소개한다.(내 관점)
Tinder는 스와이프. 한 번에 한 명씩 카드로 보여준다. 좋아요 아니면 패스.
Grindr는 그리드. 프로필 사진을 격자 타일로 쫙 나열한다. 가까운 순서대로.
Sniffies는 맵. 실제 도시 지도 위에 유저 아이콘이 뿌려진다. 줌인하면 개별 사람, 줌아웃하면 사람들이 몰린 곳이 히트맵으로 보인다. 바나 공원 같은 실제 장소도 핀으로 찍혀 있다.같은 사람들인데, 카드로 보여주면 Tinder가 되고, 격자로 보여주면 Grindr가 되고, 지도로 보여주면 Sniffies가 된다.
Grid는 1차원이에요 거리순으로 늘어선 줄이죠. Map은 2차원입니다. 사람들 사이의 맥락이 생기고, 하위 그룹이 드러나요.
건축가의 눈으로 서비스를 만들면
Blake Gallagher는 건축에서 prospect and refuge라는 개념을 가져왔다. 좋은 공간은 전체를 조망하면서도, 안전하게 숨을 곳이 있어야 한다는 원리다.
이 서비스도 그렇다. 줌아웃하면 도시 전체 지형이 보이고, 줌인하면 한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다.
이 사람은 기능을 설계한 게 아니라 공간을 설계한 거다. 건축가라서 할 수 있었던 접근이다. 벌써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세부 기능을 보면 이 철학이 더 선명해진다.
아래의 세개 기능은 내가 보기 성공의 레버를 크게 돌린 주요 피쳐다.
Vanilla Mode. 맵 위의 노출 이미지를 전부 블러 처리한다. 공공장소에서도 은밀하게 브라우징할 수 있다. 카페에서 화면을 열어도 티가 안 난다. 건축으로 치면 “겉에서 안이 안 보이는 창”을 설계한 거다. prospect는 유지하면서 refuge를 만든다.
Ephemeral Spot. 채팅에서 만남 장소를 공유하면 맵 위에 핀이 찍힌다. 60분 후 자동으로 사라진다.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정확한 위치를 교환할 수 있다. 흔적이 남지 않는 약속 장소.
Cruiser Filters. 나이, 포지션, 체형 등으로 맵 위의 유저를 필터링한다. 필터를 적용하면 맵 위 프로필에 작은 아이콘이 붙어서, 스크롤 없이도 매칭 여부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행동을 가르친 게 아니다 (서비스를 만드는 방식 중 내가 가장좋아하는 방식)
Tinder의 스와이프는 앱이 만들어낸 행동이다. 2012년 이전에 옆으로 넘겨서 사람을 고르는 경험은 존재하지 않았다. Sniffies의 맵은 다르다.
게이 남성들은 스마트폰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공간 속에서 같은 사람을 찾는 행위를 해왔다. 공원, 목욕탕, 클럽, 특정 거리. 이걸 크루징이라고 부른다.
핵심 원리는 이거다. 이 장소에, 이 시간에 있다 = 같은 의도를 가졌다.
특정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것. 특정 바에 들어가는 것. 그 행위 자체가 신호였다. Sniffies 맵 위의 점도 정확히 같은 원리다. 점으로 찍혀 있다는 건 지금, 여기서, 만날 의향이 있다는 뜻이다. 공원에서 눈이 마주치는 거랑 똑같다.
행동을 그대로 디지털로 옮긴 거다. 그래서 학습이 필요 없다.
작지만 진한 시장, 크지만 묽은 시장
게이 남성 데이팅 시장은 약 5,880억 원 규모다. 전체 데이팅 시장(8.8조 원)의 7%. 작아 보인다.
근데 Grindr 하나가 이 시장의 80~90%를 먹으면서 연매출 6,470억 원. 왜 이런 구조가 가능한가.
대체재가 많이 없다. 이성애자한테는 Tinder, Bumble, Hinge, 커피밋베이글… 선택지가 넘친다.
urgency가 높다. 지금 만날 사람을 찾는다. 지금 당장의 니즈가 있으면 돈을 낸다.
서비스가 인프라다. 소수자 같은 경우 이성을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이탈 비용이 높다.
여기서 재미있는 비교가 있다. 여성 퀴어 시장.
퀴어 여성 대표 앱 HER는 유저를 1,300만 명 모았다. 숫자만 보면 게이 남성 시장보다 크다.
urgency가 낮다. 퀴어 여성의 유스케이스는 즉시 만남이 아니라 관계와 커뮤니티에 가깝다. 급하지 않으면 돈을 안 낸다. 게다가 Tinder에서도 60%가 충분히 매칭된다. 전용 앱이 꼭 필요하지 않은 거다.
유저 수 매출. 누가 많이 쓰나가 아니라 누가 돈을 내는가는 비즈니스에서 항상 중요한 부분이다.
셩PM이 보는 서비스 전략 = 배운것
스와이프를 없앴다. 알고리즘 매칭을 없앴다. 회원가입을 없앴다. 프로필 작성을 없앴다. 앱 다운로드를 없앴다. 뺀 것들의 목록이 곧 기존 데이팅 앱이 유저에게 강요하던 것들의 목록이다.
기존 행동의 디지털 복사. 새로운 행동을 가르친 게 아니다. 수백 년간 해오던 크루징이라는 행위를 맵이라는 프레임으로 그대로 옮겼다. 학습 비용이 제로다. Tinder의 스와이프는 앱이 발명한 행동이고, Sniffies의 맵은 원래 하던 행동이다.
도메인 전문성이 프레임을 결정. 건축가가 앱을 만들었더니 공간이 나왔다. 기능 목록이 아니라 공간 경험으로 설계했다.
웹 퍼스트라는 구조적 선택. 앱스토어에 의존하지 않는다. Apple이 실제로 앱을 삭제한 적도 있다. 그런데도 트래픽의 83%가 URL 직접 유입이다. 앱스토어 디스커버리 없이 구전으로 성장했다.
작지만 진한 마켓을 선택했다. 그 시정엔 대체재 없음 + 높은 urgency + 인프라 = ARPU가 높고 충성도가 강한 시장. 반대로 퀴어 여성 시장은 유저가 더 많은데 매출은 작다. 결정적으로 유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그 결과, 앱스토어 디스커버리 없이 트래픽의 83%가 URL 직접 유입이다. 29명의 시작으로 레퍼럴을 통해 오가닉 성장을 만들고 지금은 MAU 300만을 만들어낸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