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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고민상담소 4편 : 포기도 용기다

셩PM · 2026-04-25
다 가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에 대하여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힘든 이유가 “지쳐서”가 아니었다. “다 하고 싶어서”였다.


얼마 전 한 친구의 커리어 고민을 들었다. 직군을 바꿨다. 원래 하고 싶었던 쪽으로. 그런데 기존 직군에서도 좋은 제안들이 계속 들어온다. 연차가 있으니까. 경험이 있으니까. 새 직군도 하고 싶고, 기존 직군의 기회도 놓치기 싫고.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들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모든 걸 다 갖고 싶다.


3편에서 이야기한 번아웃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였다. 이번은 정반대다. “아무것도 놓기 싫다.” 겉으로 보면 전혀 다른 고민 같다. 하나는 에너지가 바닥난 사람이고, 하나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도착하는 곳은 같다. “나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계속 이런 고민에 휩싸이면 스스로 불행해질 수 있다. 가진 걸 가져도 만족을 못 하고, 반대쪽을 가지면 지금 게 또 아깝다. 끝없이 돌고 도는 거다.


그런데 가만히 듣다 보니 이 친구가 못하는 게 “선택”이 아니었다. 선택은 이미 했다. 직군을 바꿨으니까. 이 친구가 진짜 못하는 건 포기였다.


선택과 포기는 다른 것이다. 선택은 하나를 고르는 거고, 포기는 나머지를 내려놓는 거다. 고르는 건 할 수 있는데 내려놓는 건 못하는 사람이 꽤 많다. 특히 잘하는 사람일수록 그렇다. 잘하니까 기회가 오고, 기회가 오니까 놓기 아깝고, 놓기 아까우니까 다 안고 가려고 하고, 다 안고 가려고 하니까 하나도 제대로 못 하게 된다.


선택을 못하는 게 아니라, 포기를 못하는 거다.


나는 그 친구한테 직접 말했다. 사람은 어쨌든 선택을 해야 한다고. 아니, 정확히는 포기를 해야 한다고.

다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근데 현실에서 다 가지는 건 결국 아무것도 단단하게 못 가지는 것과 같다. 에너지는 유한하고, 시간은 더 유한하다.


3편에서 나는 “루틴을 지키자”고 했다. 나를 받쳐주는 루틴이 뭔지 알고, 그걸 지키는 것. 그게 번아웃에서 나를 지키는 힘이라고.

그런데 이번 고민은 루틴으로 풀리는 게 아니다. 이건 태도의 문제다. 내가 무엇을 안 할 것인지 정하는 용기. 기회가 와도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게 없으면 커리어가 넓어지기만 하고 깊어지지 않는다.


루틴이 나를 받쳐주는 안전망이라면, 포기는 나를 한 방향으로 밀어주는 추진력이다.

다 가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 그것도 용기다. 어쩌면 커리어에서 가장 어려운 용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