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직에서, 새로운 역할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주니어만 그런 게 아니더라. 주니어든 시니어든 다 비슷한 것 같다.
나도 그렇다. 솔직히 나는 오히려 확신이 드는 순간이 생기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싶다. 가보지 않은 길이니까. 모두가 가보지 않은 길이니까. 오래된 서비스를 유지보수하는 영역이라면 모를까,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면 불안함은 어쩌면 개척자의 숙명이 아닐까.
근데 한 발 더 나가서 생각해보면, 세상에 확실한 게 어디 있을까. 성공한 창업자가 다음 창업을 하면 100% 성공하냐면, 아니잖아. 그렇게 치면 연쇄 창업자들은 전부 성공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인생이 원래 그런 거 아닐까 싶다.
정답이 어디 있겠나. 정답이라고 규정 지으려고 하는 게 사람들의 심리인 것 같다.
한국인일수록 좀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하면 돼”, “저건 아니야” 이렇게 판단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근데 진짜 잘 된 것들을 뜯어보면, 정해진 순서가 지켜진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다. 똑같은 일을 다른 사람이 하면 성공하기도 하고, 다른 시기에 하면 성공하기도 하고. 10년차도, CTO도, 누구도 사실 잘 모르는 거 아닐까.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고, 해본 사람도 다음은 또 모르니까. 정답은 없고, 현답은 있는 거 같다. 현명하게 생각하는 방향과 방법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게 맞았는지는 결국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되더라. 나는 모두가 모른다고 생각하고 살면 좀 편해지더라.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확신이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원래 그런 거니까. 대신 불확실성 속에서 확실한 것들을 찾아갈 수는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그게 나 자신인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 어떨 때 흔들리고 어떨 때 강해지는지 아는 것. 어떻게 나를 컨트롤해야 하는지, 이 능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가장 높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 이런 메타인지가 조금씩 잘 되기 시작하면, 불안감이 오히려 좀 사라지는 것 같다. 이건 내가 잘하니까 이렇게 밀어붙이면 타율이 높겠다. 이건 못하니까 이렇게 보완해야겠다. 결국 확률 싸움이 아닌가 싶다.
근데 나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그렇다고 단순히 무식하게 부딪히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정말 좋은 레퍼런스들이 많다. 좋은 시도들이 많았고, 자료도 많고, AI로 자료를 찾기 이렇게 쉬운 세상이잖아. 다른 사람들이 학습한 것들을 따라해보는 것. 거기서부터 불안을 돌파할 수 있는 실마리가 나오는 것 같다. 나를 알고, 세상에서 배우고, 그걸 실천으로 옮기는 거다.
매일 아침 사자성어 카드를 하나씩 뽑으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사자성어들을 좀 이야기해보고 싶다.
타산지석(他山之石). 다른 산의 돌도 내 옥을 갈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시도, 실패, 성공 사례가 다 내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내가 직접 겪지 않아도, 누군가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으니까.
마부작침(磨斧作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 메타인지도, 자기 컨트롤도,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갈고 또 갈아야 하는 것 같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긴다. 결국 이게 아닐까 싶다.
세상은 컨트롤할 수 없다. 시장도, 조직도, 타이밍도. 할 수 없는 건 할 수 없다. 근데 할 수 있는 것은 있다. 나 자신을 컨트롤하는 것. 나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 의지를 가지고 그걸 실천으로 옮기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끝까지 해내는 것.
가장 컨트롤이 좋은 곳은 나 자신이 아닐까. 자신감을 가지고 해보자. 불안한 채로 싸우는 거다. 원래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