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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PM으로 살아남기 1편 : 영어로 일하는 것

셩PM · 2026-04-25
생각보다 처참한 나의 영어 실력이었다

나는 글로벌 회사를 다니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에 있는 글로벌 회사의 자회사. 서비스 적용 국가도 한국이었고, 매일 업무 시간 안에 끝낼 수 없는 양의 일을 하고 있었다. 영어를 할 여유 같은 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사실 영어 때문이었다. 언젠가부터 ‘영어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다양한 기회를 잡으려면 본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스킬도 중요하다. 그중 하나가 언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영어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선택했다.


나는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겉으로는 부지런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나는 해야만 하는 환경이 항상 나를 밀어줬고, 나는 그걸 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정도이다.


어느 순간 업무의 범위가 넓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로 일해야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됐는데 이게 준비할 시간 없이 한순간에 온 거다. 당장 내일부터, 이런 식으로.

더 이상 누군가가 커버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영어로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영어를 잘하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다.

그런데 영어를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좋아한다. 나는 배낭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다.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카우치서핑을 하고, 20인실 30인실 호스텔에 묵으면서 외국인들과 놀고 이야기하며 여행을 즐겼다. 한 번 나가면 한 달 이상씩. 그렇게 여행 갔다 오면 꽤나, 사람들이 하는 말이 두렵지 않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영어가 들린다는 경험도 했다. 꽤 오래전 일이지만, 그때 ‘하면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항상 영어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바쁜 IT 업계에서, 그것도 바쁜 PM 업무를 하다 보면 눈앞의 급한 일들을 처리하는 데 급급했다. 회사에 어학 지원도 있었지만, 솔직히 그것마저 활용 못 할 정도로 바빴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알아듣느라 집중을 너무 하다 보니, 생각을 못 한다.

그리고 갑자기, 영어로 2~3시간짜리 미팅을 하게 됐다.생각을 못 하니까 말을 할 수 없다. 듣기에 뇌를 전부 쓰면, 사고할 공간이 사라지는 거다.


비즈니스 영어라는 건, 단순히 듣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듣고, 이해하고, 사고하고, 그 생각을 다시 영어로 표현하는 것. 이 모든 게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복합적인 능력이다. 단어가 고급이 아니어도, 이건 정말 높은 수준의 언어 역량을 요구하는 일이라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



AI를 배우겠다고 두세 달을 달렸다. 입병이 심하게 날 정도로 피곤하고 카페인에 무리한 컨디션으로 몸에 염증이 많이 생겼다. 하드 스킬을 얻기 위해 노력한 것에 대한 신체적 대가였다.


그런데 이제 여기에 영어까지 더해졌다.

나는 이걸 겹경사라고 부르기로 했다. 올해는 정말 나의 배움의 해다.


언어가 가진 힘은 의사소통을 넘어선다.

나는 AI를 맹신하는 사람이다. 기술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믿는다.

그런데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화상 미팅에 실시간 번역을 붙일 수도 있다. 기술이 듣고 읽는 걸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눈을 마주치면서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능력, 이건 기술이 대체할 수 없다.


언어를 통해 문화를 이해하고, 고객을 이해하고, 팀원을 이해할 수 있다. 이건 어떤 하드 스킬보다 파워풀한 것 같다.


정말 기회는 갑자기 온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고 하지만, 나는 감사하게도 준비가 안 된 채로 기회가 왔다. 그러니 이제 잡기 위한 액션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누군가 더 큰 기회를 꿈꾸고 있다면, 언어를 꼭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미리. 오늘의 기회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어도, 어느 순간 더 큰 기회를 잡고 싶을 때, 점프하고 싶을 때, 그때 필요하다.

내 글을 읽고 누군가가 마음이 움직일지는 모르겠다. 다들 언어 하라고 해도, 내 글도 와닿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나는 너무 잘 안다.

그래도 내 글을 보는 사람들은 다 열심히 살고 있더라. 그래서 이 글을 써본다.


그래서 재밌는 목표를 하나 세워본다.

요즘 비개발직군에게 AI를 알려주고 있는데, 올해 안에 이 클래스를 영어로 만들어볼 것이다. 여기에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표해야 달성하니까.


이 여정을 어떻게 돌파해 나가는지, 계속 기록할 생각이다.